[기자석] 방송3사 '경제살리기' 외면
기사입력 1998년 01월 04일 15시 49분
TV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만 IMF 사각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도 경제성이 중요시되는 마당에 지난해 공중파 방송 3사가 내놓은 TV 드라마는 40여편. 일일극, 미니시리즈, 주말극, 특집극 등으로 따졌을 때 편당 제작비를 줄잡아 5천만원이라고만 해도 수십억원이 공중으로 날아가버린 셈이다.
또한 시청률 경쟁은 도를 넘어서 진흙밭 싸움으로 나타났고 이에따라 인기 연기자들의 개런티는 천정부지로 솟았다. 그리고 두서너 군데씩 얼굴을 비치는 인기인의 겹치기출연은 부익부빈익빈이라는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났다. IMF의 혼란한 틈새를 이용한 간접광고의 난무도 문제다.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소주를 머리위에 붓고 서로 욕설을 하는가 하면 머리를 툭툭 때리는 것은 이제 슬랩스틱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장면이 됐다.
게다가 쇼오락프로그램의 집단 MC 체제는 비경제성의 극치를 이룬다.
IMF 한파가 기습하자 한국방송협회는 방송시간 2시간 단축, 드라마 및 대형쇼 각 1편 폐지 및 방송협회 단일창구(TV 3사 순번제)에 의한 해외스포츠 중계권료 협상을 했지만 실효는 미지수다.
대응편성을 통한 맞대결 공방, 공영방송인 KBS와 민간상업방송인 SBS와의 무차별성은 시청률경쟁이 살아있는 한 없어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제작진은 매일매일 나오는 시청률조사표에 따라 일희일비한다.
드라마의 배경도 사치스럽다. 20대 오렌지족들은 비싼 외제양주와 외제차를 배경으로 흥청거린다. 주제는 한결같이 청춘남녀의 사랑타령이다.
쇼오락코미디 프로그램에는 으레 여중고생을 박수부대로 동원해서 괴성을 지르게 유도한다.
방송사 주차장엔 아직도 외제차가 즐비하게 깔려있고 박수부대들은 스타사인공세에 몸싸움까지 벌인다.
몇년전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는 아침방송시간때 `오싱'을 방영, 전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국민적 일체감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한국판 `그때를 아십니까'같은 `오싱'은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패망일본의 극심한 경제난속의 끈끈한 휴머니즘을 그렸다. 우리나라 아침드라마가 천편일률적으로 3각관계의 불륜을 다루면서 울고불고 소리지르는 것을 보면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