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강북] 힙합-복고풍 '우리가 멋쟁이'
기사입력 1997년 06월 30일 14시 44분
서울 강남－북 신세대들 사이에 이른바 `패션논쟁'이 한창이다.
강남 신세대들의 대표적인 옷차림인 힙합패션과 강북 신세대들이 선호하는 복고풍패션을 놓고 양쪽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컴퓨터통신망.
컴퓨터통신 나우누리 패션동호회의 경우 `강남－북 패션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져 현재까지 관련된 글들이 100건 가깝게 올라오고 있다.
이같은 패션논쟁은 지난 4월 한 통신인이 강남－북 패션을 비교하면서 양쪽의 생활수준까지 언급하는 과정에서 강북쪽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촉발됐다.
양쪽의 패션은 첨예한 대립만큼이나 이질적이다.
강남에서 남녀공통으로 유행하는 힙합패션은 펑퍼짐한 청바지에 헐렁한 셔츠, 큼지막한 운동화의 코디네이션이 전형적인 스타일.
반면 강북패션은 몸에 착 달라붙는 바지에 구두 등이 기본이 되는 일명 `비틀즈 룩'으로 여기에 쫄티나 와이셔츠 등을 입어 전반적으로 복고풍 냄새가 난다.
해외유학 경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강남은 미국의 힙합스타일이 일찌감치 정착할 수 있었고, 강북은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복고풍이 자리잡게 됐다는 게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남－북의 신세대 통신인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옷차림을 옹호하는 글을 경쟁적으로 올리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한다.
강북에 사는 한 통신인은 "강북의 복고패션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진짜 알부자는 강북에 있고, 대통령도 강북에 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강남의 한 통신인은 "강북의 `복고풍'은 강남의 `힙합'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며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수수한 힙합차림을 즐긴다는 것이 바로 `멋'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들 신세대들은 실제로 압구정동, 강남역, 돈암동, 화양리 등 젊은이의 거리에서도 서로를 견제한다.
힙합차림으로 한강 건너 화양리에 갔다가는 주위의 눈총을 받기 쉽고, 반대로 복고풍 차림으로 압구정동에 놀러 갔다가는 왠지 모르게 어색해진다는 것.
대학생 김민석군（21．서울 강북구 수유동）은 "얼마전 별 생각없이 복고풍패션으로 압구정동에 갔다 멋쩍어 혼났다"며 "오가는 또래들이 이상하다는듯 내 옷차림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때아닌 강남－북의 `패션논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Silkcut6'이라는 ID를 사용하는 한 통신인은 `대구사람이 본 강남－북 패션논쟁'이란 글에서 "그나마 나라도 좁은데 강남, 강북 따질게 뭐가 있느냐"며 "살고 있는 지역이 어디든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