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성의 일본야구] 저변확대로 성공
기사입력 1997년 06월 27일 14시 30분
일본 프로야구는 `중간지대'다.
역사나 수준으로 보아 `원조국'이자 `선진국'인 미국과 `발전 도상국'인 한국의 사이에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은 미국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다.
고인이 된 쇼리키 요미우리 자이언츠 창립주가 남긴 야구에 대한 유언 가운데 "일본 야구는 미국 야구를 추월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을 만큼 메이저리그를 따라잡는 게 목표다.
요즘 일본은 그들의 영원한 꿈을 어느 정도 해결해 가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노모（LA 다저스） 이라부（뉴욕 양키스） 하세가와（애너하임） 가시와다（뉴욕메츠） 등 4명의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고, 3A나 2A에는 10여 명의 일본인 투수－타자들이 메이저리그 도약을 노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주도면밀한 행정을 바탕으로 미－일 챔피언십 시리즈를 하기로 커미셔너간에 결정해 현재는 세부 일정을 추진중이다.
지난 19일 노모와 하세가와의 일본인 투수간 메이저리그 첫 맞대결이 일본에서 최대 화젯거리가 됐었다.
내셔널리그（LA다저스）와 아메리칸리그（애너하임）로 갈려 대결이 불가능 했지만 올 첫 시행된 `인터리그제'에 따라 가능했다.
선발 노모가 6⅓이닝 동안 5실점（3자책）으로 승패없이 물러났고, 중간 계투인 하세가와는 1⅓이닝 동안 1실점 했다.
7대5로 LA다저스가 승리.
이 뉴스를 접하면서 한국 출신의 선수들이 미국이나 일본의 그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칠 날이 언제일지 궁금해졌다.
일본의 경우 요미우리 조성민이 1군에 올라오면 주니치 선동열과의 맞대결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올시즌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내년 선동열이 재계약하고, 3년째가 되는 조성민의 기량이 성장해 1군에 머물면 맞대결이 자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선동열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박찬호와 만나든지.
그런데 이런 생각중에 요즘 선동열－박찬호의 두 해외파 선수들이 한국 프로야구보다 더 인기를 몰고 있다는 한국사정이 떠올랐다.
한국 프로야구가 자원 부족과 인기 부재로 발전이 더뎌진다는 우려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지금 당장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동열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11년간 뛰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공헌을 했던 선수이고, 박찬호는 사실상 마이너리그를 통해 만들어진 선수다.
이를 감안하면 16년째로 성숙기의 초기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저변 확대와 자질 있는 꿈나무 육성 등을 통해 발전의 돌파구를 찾는데 자극받아야 한다.
일본도 노모가 지난 95년 메이저리그에 첫 진출했을 때 스포츠신문과 뉴스의 톱을 거의 매일 장식했지만 이제는 `거품'이 가라앉았다.
직접 참가할 수 있고 활기에 넘친 프로야구가 가까이에 있는데 외면할 팬들이 있겠는가.
무엇이 우선이 돼야 할지 곰곰이 궁리해 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