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아직도 씽씽
기사입력 1997년 06월 05일 14시 31분
아직 그 이름은 살아 있었다.
해태 김정수（35）.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승（7승）에 작년에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를 전담하며 해태를 통산 8번째 우승으로 이끌었던 주역이다.
그러나 올시즌 그의 위치는 땅끝으로 떨어졌다.
소방수는 말할 것도 없고 중간계투, 더 나가 패전처리의 임무까지 맡겨졌다.
지난 4월22일엔 프로입단 이후 처음으로 2군행의 설움도 맛봤다.
4일 쌍방울전에서도 김정수의 임무는 `불펜대기'.
단지 선발 김동호가 예상보다 일찍 무너져 등판기회가 빨리 찾아 왔을 뿐이다.
하지만 김정수의 피칭은 발군이었다.
8⅔이닝 동안 5안타 무실점.
완봉승에 가까운 피칭이었다.
올시즌 들어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고 투입돼 벌써 4승째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시즌초반 마무리 임무를 후배 임창용에게 내줄 때만 하더라도 김정수의 올해 행보는 가시밭길이었다.
일부에서는 `선수생명'까지 운운하기도 했다.
주변의 이런 지적이 있을 때마다 김정수는 "내 능력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되면 미련없이 유니폼을 벗겠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었다.
이제 김응용감독조차 김정수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4월까기만 하더라도 상대 왼손타자에 대한 원포인트 릴리프이던 것이 지난달엔 롱릴리프, 지금은 선발과 셋업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김감독은 김정수에 대해 "스스로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다. 경기에 나서는 자세가 굉장히 진지해졌다"고 평가했다.
조계현 이강철 등 고참 투수들의 뜻하지 않은 부진으로 비상이 걸린 해태 투수진의 입장에선 김정수의 분발이 엄청난 활력소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