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시련끝 행복 시작'
기사입력 1997년 06월 04일 13시 43분
국가대표 단골 수문장인 이운재（24．삼성）가 태극마크의 미련을 접고 프로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땀을 쏟고 있다.
일찍부터 대표생활이 몸에 밴 그로선 98프랑스월드컵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지만 아찔했던 병마와의 악전고투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것.
대학생（경희대） 신분으로 이미 92바르셀로나올림픽 본선과 94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뛰었던 이운재는 작년 96애틀랜타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골키퍼로서 치명적인 비만（1m82, 90㎏）을 해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체중감량을 시도하다 얻은 병이었다.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골키퍼 난'을 해소해줄 것으로 믿었던 이운재의 축구생명도 그대로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병마도 그의 프로근성을 꺾지는 못했다.
투병 2개월만에 병상에서 일어난 이운재는 작년 후기리그부터 컨디션을 회복, 선배 박철우（32）와 함께 삼성돌풍의 막후역할을 해냈다.
올시즌에는 박철우와 교대로 그라운드에 나서 8게임에서 7골을 허용, 0점대의 실점률을 기록하는 명수비를 펼쳤다.
특히 4월16일부터 5월3일까지 펼쳐진 `난적' 포항_현대_전남전 등 3게임을 무실점으로 막아 팀이 초반 슬럼프를 탈출하는데 주역을 맡았다.
천하태평한 성격에다 조금만 방심（?）하면 대책없이 살이 불어나는 그가 요즘 80㎏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훈련량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몸이 가벼워선지 특유의 민첩한 판단력에 더해 행동반경도 훨씬 넓어졌다는 평가다.
이운재는 "프로에서 1인자가 되면 대표선수는 자연스럽게 될 수 있다"며 애써 태극마크에 대한 미련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