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열흘 붉은 꽃은 없다 (15)
기사입력 1997년 05월 23일 14시 58분
킹콩은 곰보살이 자신을 몰라보는 것을 확인하고는 골똘히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아는 척을 할까.'
결론은 금방 나왔다.
`안면몰수.'
굳이 아는 척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 혼자 힘으로 사파리 평정이 힘겹다면 남의 힘을 빌려야겠지만 얼핏 살펴본 결과 혼자서 얼마든지 해낼 자신이 있었다.
고수가 고수를 알아본다고 맘모스만 꺾으면 모든 것은 끝날 것 같았다. 킹콩은 맘모스만을 의식하며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곰돌이 킹콩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
곰돌은 시커먼스가 킹콩에게 박살나는 것을 보고 위기의식을 느꼈다.
자신을 사파리 4인자쯤으로 생각하던 곰돌은 킹콩의 출현에 긴장해 초반에 잡아놔야겠다고 칼을 갈아왔던 터였다.
덩치에 관한 한 킹콩에게 뒤지지 않는 곰돌은 시커먼스처럼 킹콩을 얕잡아봤다.
곰돌이 가까이 다가서자 킹콩은 몸을 잔뜩 웅크리며 상대 눈치를 살폈다.
더 가까이 오면 갑자기 일어서며 앞발 공격을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곰돌도 사파리에서 맘모스, 공원 등과 싸우며 잔뼈가 굵은 싸움꾼이었다.
킹콩의 수를 훤히 읽은 곰돌은 킹콩이 일어설 틈을 주지 않고 날쌔게 달려들어 어깨를 물었다.
곰돌의 덩치만 보고 행동이 느릴 것이라고 섣부르게 판단한 킹콩이 예상치 못한 습격을 당한 셈이다.
선제공격에 성공한 곰돌은 앞발을 킹콩의 얼굴에 꽂았다.
눈깜빡할 사이 위기에 몰린 킹콩은 당황하는 빛이 뚜렷했다.
킹콩의 심리상태를 읽은 곰돌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킹콩이 별다른 반격을 하지 않자 곰돌은 순간적으로 긴장을 풀었다.
너무 쉽게 이긴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킹콩이 어깨를 뿌리치며 앞발을 크게 휘둘렀다. 원심력을 충분히 이용한 롱훅이 그대로 곰돌의 얼굴에 적중했다.
수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오직 공격에 몰두하던 곰돌은 이 한방에 휘청거렸다.
킹콩의 2번째 펀치가 곰돌의 목덜미에 박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