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열흘 붉은 꽃은 없다 (6)
기사입력 1997년 05월 13일 15시 14분
1대4의 싸움은 예상보다 치열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킹콩은 4마리를 하나씩 제압해갔다.
조무래기들의 공격은 킹콩에게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지만 거꾸로 킹콩에게 한방씩 맞은 놈들은 곧바로 회복되지 못했다.
킹콩의 `파워 테스트'가 대충 끝났다고 판단한 패트롤카는 시동을 걸었다.
더 이상 킹콩의 실력을 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패트롤카의 거친 엔진소리에 조무래기들은 겁을 집어먹고 도망갔지만 아직까지 패트롤카의 위력을 모르는 킹콩은 화를 삭이지 못해 계속 싸움을 하려고 조무래기 가운데 한놈을 쫓았다.
패트롤카가 킹콩의 앞을 가로막자 킹콩은 패트롤카에 주먹을 휘둘렀다.
패트롤카는 킹콩이 하는 짓을 두고보기라도 하듯 내버려뒀다.
자신의 해머펀치에 패트롤카가 끄덕없자 이번에는 앞 범퍼를 덥썩 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입가에 피가 주루룩 흘렀다.
패트롤카가 어떤 공격도 견뎌내자 킹콩은 당황하는 빛이 뚜렷했다.
이틈을 놓치지 않고 패트롤카가 밀어붙였다.
킹콩은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도망하기 시작했다.
패트롤카는 킹콩의 속도에 맞춰 추격했다.
킹콩은 이윽고 코너에 몰렸다.
패트롤카는 한쪽을 살짝 비워놓은 채 들이받을 듯 다가갔다.
대항을 포기한 킹콩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져나가 열심히 달아났다.
그러기를 몇차례.
200여평의 간이방사장을 정신없이 도망치던 킹콩은 아파트로 통하는 구멍을 발견하고 죽을 힘을 다해 쏙 들어갔다.
패트롤카에서 아파트에 있던 사육사에게 무전기로 문을 열어놓으라고 지시를 한 것이다.
킹콩은 파워 테스트를 겸한 길들이기를 당한 것이다.
자기 방으로 돌아온 킹콩은 숨을 헐떡이며 다시한번 패트롤카의 위력을 깨달았다.
옆방의 맘모스와는 한번 붙어볼 만 하더라도 패트롤카 만큼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강적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낀 것이다.
패트롤카의 길들이기는 확실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킹콩에 대한 시험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킹콩은 다음날도 다른 곰들이 모두 출근한 뒤 간이방사장으로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