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순발-지구력 테스트 '장난이 아니야'
기사입력 1997년 04월 24일 15시 01분
축구에서 `그라운드의 판관'으로 불리는 심판은 선수들 못지않게 종횡무진 뛰어다녀야 한다.
언제 어떤 `돌출 사건'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볼과 가까이 붙어 다녀야 하는 탓이다.
또 심판의 눈을 피해 교묘히 반칙을 범하는 선수들을 잡아 내는 것도 그들의 임무다.
이래저래 그라운드에서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제구실'을 다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심판들에겐 자연 강한 체력이 요구되고 국제축구연맹（FIFA）도 1년에 4차례씩 심판자격 실기시험을 의무화하고 있다.
실기시험은 소위 쿠퍼테스트（Cooper test）로 일컬어지는데 웬만한 체력으로는 통과가 쉽지 않다.
먼저 50m를 7.5초안에, 200m를 32초내에 각각 주파해야 한다. 100m로 환산하면 각각 15초와 16초.
`까짓 것'하겠지만 문제는 이 순발력 테스트를 연속으로, 그것도 연달아 2회를 실시한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안에 500m（50+50+200+200）를 전력 질주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단거리 고개'를 통과하더라도 더 크고 험준한 준령(峻嶺)이 복병처럼 기다린다.
바로 12분안에 2,700m 이상을 주파해야 하는 지구력 테스트가 그것.
보통 고등학교 1,000m 오래달리기 체력 테스트에서 3분50초가 만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700m 이상을 12분안에 뛴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까다로운 자격시험 때문에 1년에 4번씩이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오는 26일 개막되는 정규리그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체코 심판 카렐 보후넥（46）과 이지 일리흐（45）도 지난 7일 쿠퍼테스트를 앞두고 시차에도 아랑곳없이 한강 둔치를 돌며 맹훈련했다는 후문이다.
고국에서 충분한 훈련을 했지만 만에 하나 테스트에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한달에 4천달러（약 340만원）씩 거머쥘 수 있는 `코리안 드림'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