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진] 촌뜨기라고 깔보지마!
기사입력 1997년 04월 17일 14시 48분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이에요. 근 7개월을 매달려왔잖아요."
이선진에게 요즘 하루 하루는 설렘의 연속이다.
지난 9월부터 찍기 시작한 TV `모델'이 최근 전파를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선진의 탤런트 데뷔작인 `모델'은 제목 그대로 모델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
여기서 이선진이 맡은 필순은 `튀는' 역이다.
필순은 혈혈단신 상경, 모델계에 입성하는 시골학교 농구선수 출신. 다른 모델들과는 달리 촌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초반의 `부진'은 곧 역전이 된다.
이후 선배 모델에게 `울트라 하드 트레이닝'을 받은 후 놀랍게 변신을 하기 때문.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는 것 처럼.
극 중 최고의 톱 모델로 성장하는 것은 단 한 사람, 이선진 뿐이다. 따라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선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첫 경험치고는 아주 정석으로 하는 것 같아요. 장면 하나 하나 심혈을 기울여서 촬영을 하거든요."
세트부터 매머드급인 `모델'은 다른 드라마의 2배나 되는 세트를 사용해서 녹화를 하고 있다.
`모델'의 광고 화면에 잠깐 등장한 앙드레 김 패션쇼도 상상을 초월한다.
보통 출연진들이 기존 패션쇼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을 촬영하는 관행을 깨고 스튜디오에 직접 무대를 차렸다. 얼굴 클로즈업 장면 등 중요 촬영을 끝낸 후 앙드레 김이 스튜디오에 와서 함께 무대에서 인사를 하는 장면만 찍은 것.
이러다보니 보통 한 장면을 찍는데 3∼4시간이 걸리는 것은 예사. 하루 스케줄을 다 비워도 몇 장면을 찍지 못한다.
얼마전 사이판에서 이루어진 해외 로케이션도 악몽의 연속이었다.
4일 동안 관광은 커녕 쉴 틈도 없었다고.
"최근 모델 선발대회 장면을 찍었는데, 제가 1등을 차지하게 돼요. 실제 95년 대회에선 2등에 머물렀는데, 극 중이라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여유있게 말하는 이선진. 확실히 그는 촬영 초의 초조함을 많이 벗어던졌다. 카메라가 더 이상 두렵지 않기 때문.
특히 패션쇼 촬영 장면만 있으면 그는 제 물 만난 물고기.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제작진도 이선진에겐 서슴없이 A를 준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약속시간은 칼, 성격 좋고 열심히 일하고.
"이제 토대를 쌓았으니 멋진 집을 지어야죠.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