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야망 '신인왕 노터치'
기사입력 1997년 04월 16일 14시 30분
드디어 방망이까지 터졌다. LG 만능신인 이병규（23）가 뛴다. 수비와 주루는 시범경기 때부터 넉넉한 합격점. 문제는 타격이었다. 변화구에 약하다는 둥, 스윙때 머리가 들린다는 둥 말이 많았다. 따끔한 비판에도 좀체 콧대를 꺾지않더니 "오늘은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감독에게 큰소리치고 나선 지난 13일 전주 쌍방울전부터 이병규는 진짜 달라졌다. 4타수2안타, 스타트. 힘이 실린 방망이는 15일 홈개막전인 잠실 해태전서 화끈하게 폭발. 4타수3안타 3타점. 해태 （33）의 공을 받아쳐 쫓아가고, 경기를 뒤집는 안타를 때려냈고 5회에는 첫 도루를 기록, 승부를 다시 끌어온 마지막 동점 득점까지 올렸다. 얄밉도록 여유만만이지만 그동안 적잖이 맘고생을 했다. 역대 최고액 신인야수（계약금 4억4천만원）를 꼼꼼이 지켜보는 시선도 부담스러웠고 욕심만큼 돌지않는 방망이도 답답했다. 천보성감독의 굳은 믿음은 큰 힘이 됐다. "결국은 해낼 선수"로 공언하며 등을 두들겼고 심재학（24）이 빠진 중심타선에 당당히 그를 기용했다. 자세가 부드러우면서 밀어치는 기술이 뛰어난 것이 장점. `딱' 소리와 함께 수비위치를 판단하는 감각도 팀내 외야수중 최고로 꼽힌다. `팔방미인'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은 그의 `거만함'이다. 천감독이 "하루이틀에 생긴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병규의 뿌리깊은 자존심. 그래서 루키 이병규는 한뼘 더 특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