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우] 병주고 약주고
기사입력 1997년 04월 13일 14시 57분
"저도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아직도 어리둥절하다니까요." 개막전부터 천당과 지옥을 오고간 해태 （25）는 단 한경기를 치르고 마치 시즌을 모두 끝마친 기분이다. 이런 사정은 해태 감독도 마찬가지다. 김감독은 가 8회초 결정적인 1루 악송구로 동점을 허용하자 덕아웃 벽을 발로 걷어찼다. 이때 김감독의 심정은 "당장 를 불러들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연장 11회말 좌전안타를 치고나간 가 롯데 손민한의 폭투로 결승점을 올리자 김감독은 덕아웃을 박차고 나가 와 굳은 악수를 나눴다. 김감독이 경기뒤 운동장에 나가 선수를 맞아들이는 광경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 한마디로 올시즌 롯데와의 개막전은 로 시작해서 로 끝난 경기였다. 일찌감치 해태의 간판타자로 자리잡은 는 항상 3루수비 때문에 골치를 앓아온 처지다. 지난 2월 전지훈련때도 불안한 3루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하루 100여개의 펑고를 쉴 새 없이 받았지만 결국 실전에선 효험을 보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해태 차영화 수비코치는 "곧잘 하다가 한번씩 엉뚱한 실수를 저질러 찬물을 끼얹곤 한다"며 "아직 명쾌한 해결책을 못찾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에선 국내 최고를 자부할 만큼 파워와 기교를 겸비한 . 개막전에서도 5타수 2안타를 쳐내며 타선의 기폭제가 되었지만 수비에선 코칭스태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앞으론 절대 그런일이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지만 이를 지켜보는 해태 코칭스태프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