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임꺽정' 장렬한 최후
기사입력 1997년 03월 31일 15시 00분
`아쉬움 남는 대작.' TV 특별기획 `임꺽정'（연출 김한영）이 6일 44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벽초 홍명희의 원작을 바탕으로 임꺽정의 어린시절부터 7두령의 결합, 청석골 패거리의 활약상 등을 흥미진진하게 그려왔던 `임꺽정'은 마지막회에서 임꺽정이 관군에게 비장한 죽음을 당함으로써 대미를 장식한다. 3년의 제작기간과 사실감을 높인 대규모 오픈세트, 사전제작제와 연 2만여명의 엑스트라 동원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임꺽정'은 방영 내내 3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 상업적인 측면에서 일단 성공을 거뒀다. 사계절을 담은 시원한 화면과 7두령의 현란한 무술솜씨 등 다양한 볼거리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주인공 임꺽정 역에 연극배우 출신 정흥채를 기용한 것을 비롯해 이기영 정규수 등 참신한 얼굴들이 브라운관을 메운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임현식 전무송 최주봉 등 중견연기자들도 노련한 연기로 이들을 절묘하게 뒷받침했다. 그러나 기대가 클수록 아쉬움이 남는 법. 무엇보다 조선조 봉건사회의 시대 상황을 상징하는 인물 임꺽정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조명한다는 애초의 취지는 지나친 흥미위주의 에피소드 나열에 묻힐 수 밖에 없었다. 원작에 충실하려다 오히려 원작의 방대함을 뒤쫓다 끝났다는 지적도 있다. 드라마를 통한 재해석과 재구성이 부족했다는 말이다. 아울러 중심인물이 임꺽정임에도 다른 두령들을 엇비슷한 비중으로 부각시키는 바람에 드라마의 초점을 상실한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몇가지 `옥에 티'에도 `임꺽정'은 우리 드라마 현실에서 보기드문 작품이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궁중비화가 아닌 민초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안방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공을 들인 결과는 충분히 나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