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김호] 운명의 대결
기사입력 1997년 03월 31일 14시 58분
`의리를 지키자니 팀이 울고, 팀을 살리자니 의리가 울고.'
`어제의 동지'였던 수원 삼성 김 호 감독（53）과 안양 LG 박병주 감독이 오는 2일 오후 4시 안양에서 벌어지는 97아디다스컵 프로축구 4차전서 팀의 운명을 건 한판승부를 벌인다.
3차전까지 삼성은 3무（6위）, LG는 2무1패（8위）로 아직 첫승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으로선 LG를 꺾어야 무승터널에서 벗어나 우승후보로서 팀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고, LG는 이 한 경기에 신임 박병주 감독의 프로데뷔 첫승과 고질적인 하위권 탈출이 걸려 있다.
가장 `편하게' 마주해야 할 두 팀이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둘은 제일모직（65∼69년）과 축구대표팀 청룡（68∼74년）을 거쳐 지난 32년간 형제 이상의 정을 쌓아온 사이.
특히 박감독은 19년간 몸담아온 서울신탁은행（서울은행의 전신）을 떠나 야인으로 떠돌던 작년시즌 삼성의 전 경기를 관전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삼성의 `장외 고문'이었다.
그러나 박감독이 LG 회장의 부름을 받으면서 둘의 운명은 `적'으로 바뀌었다.
그것도 상대를 반드시 무너뜨려야 하는 곤혹스런 입장에서 첫 만남이 이뤄졌다.
하지만 승부에 관한 한 두 사령탑의 입장은 명확하다. 프로세계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삼성이 앞서지만 LG는 박병주 감독이 삼성의 플레이에 훤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특히 LG로선 이번 경기가 박감독의 홈 데뷔전이자 시즌 첫 홈경기여서 각오가 비장하다.
김 호 감독은 바데아를 주축으로 한 막강 미드필드진을 내세워 허리에서부터 LG의 목을 바짝 조이겠다는 전략이다.
박병주 감독은 바데아의 활동반경을 최대한 축소시키는 한편, 의 외곽돌파와 빠른 역습으로 삼성 수비의 허점을 파고든다는 계산이다.
반드시 한명은 울어야 하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 그 결과에 벌써부터 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