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적과의 동침(14)
기사입력 1997년 02월 23일 15시 03분
기습 공격에 목덜미를 물린 데다 4마리 호랑이에 깔린 포철은 사자 공화국의 왕답게 비명을 지르면서도 저항했다. 포철이 이끄는 신진파 인철, 강철 등 다른 사자들은 옆에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당하는 보스를 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멈칫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패트롤카가 요란한 굉음과 함께 돌진하며 호랑이들을 들이 받았다. 호랑이들이 뜻밖의 방해에 포철에게서 떨어지자 사자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호랑이들에게 달려들었다. 사육사들은 당초 질서가 잡힐 때까지 될 수 있으면 호랑이와 사자의 싸움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포철의 경우는 달랐다. 만약 포철이 죽거나 치명상을 입는다면 호랑이와 사자간에 힘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호랑이와 사자의 합사는 사실상 끝장나게 된다. 호랑이 가운데 호걸, 사자 가운데에는 포철이 사육사들에게는 특별 경호 대상인 셈이다. 포철은 과연 `라이언 킹'다웠다. 순간적이나마 호랑이 4마리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도 이들이 떨어지자 금세 힘을 되찾고 일어섰다. 포철의 반격이 시작됐다. 포철은 패트롤카에 부딪혀 머쓱해진 호걸을 덮쳤다. 호걸은 앞발을 치켜들고 대항했지만 이미 공격의 흐름을 잃은 데다 사기마저 떨어진 터였다. 파워에서 앞서는 포철은 호걸을 밀어붙이며 앞발로 얼굴을 후렸다. 포철의 한방에 호걸은 저만치 나가 떨어졌다. 호랑이 사파리에 있는 동안 숱한 싸움을 한 끝에 제 또래에서 `골목대장'이 된 호걸로서는 처음 맞아 보는 강타였다. 호랑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위력적인 펀치였다. `피하자.' 본능적으로 힘겨운 상대라는 사실을 깨달은 호걸은 냅다 도망쳤다. 포철은 분에 겨워 쫓아가려고 했으나 집단 구타를 당할 때 입은 다리의 통증을 느껴 추격을 포기하고 인철과 강철에게 잡힌 호돌에게 다가갔다. 호돌은 미처 달아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사자 2마리와 싸움을 하던 참이었다. 포철은 호걸에 당한 분풀이라도 하듯 좌우 연타를 날린 뒤 목덜미를 물고는 뒤흔들었다. 패트롤카의 만류로 호돌을 놓아 준 포철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사파리가 떠나가게 울부짖었다. 호걸에 대한 복수의 다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