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경] 미녀탤런트 껍질깨고 나온 연기파
기사입력 1997년 02월 18일 15시 39분
허풍은 즐겁다 미인의 허풍은 더욱 즐겁다. 그 허풍이 때론 허영일지라도 밉지 않다.
미인 탤런트 (李應敬경 31). SBS TV 주말 드라마 '꿈의 궁전' 에 양금숙 역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
"생자필멸 회자정리(生者必滅 會者定離)" "오 아이 시, 아이 언더 스탠드, 잘았으니 그렇게 해요."
짧은 문자속이나 외국어는 잘못쓰면 고까워진다. 메스꺼워진다 그러나 양금숙의 입을 거치면 코미디가 된다. 온몸이 간지러워진다. 카타르시스까지 된다.
여기다 살짝 맛이 간 고향오빠( 분), 피아니스트()가 '꿈의궁전'의 극적 재미를 보태고 있다.
고향오빠는 수시로 양금숙에게 압박을 가한다. "넌 K대 영문과 출신 아니냐?" 양금숙의 밑천을 훤히 알면서 슬쩍 염장을 내지른다.
레스토랑 여주인 양금숙은 중학력의 자수성가형. 지적 콤플렉스의 반작용으로 '우아한 체' '유식한 체' 한다.
화려한 의상을 걸친다. 딴에는 우아함을 유지하려 한다. 얼굴색깔 하나 안변하는 코믹연기는 일품이다.
. 실제 수다와는 거리가 멀다. 비활동적이다. '나홀로 형'에다 새침데기다.
"똑똑하고 영악스런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에 나사풀린 사람은 얼마나 축축한가? 양금숙이나 고향오빠, 피아니스트의 캐릭터는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그나마'숨통'이 될것이다."
. 태생. 석관초등학교-전농여중-이화여고- 공대 항공운항과 2년 수료. 아버지는 사업가.
여고때 성적은 상위권. 특히 영어와 일어에 빠졌다. 스튜어디스나 선생님이 꿈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있다. 대학 2학년때. 스터디 클럽에서 11살 연상의 사내와 조우한다.
오빠가 없는 . 이 사내에게서 오빠를 느낀다. 오빠는 점차 연인으로 탈바꿈한다. 사랑의 도식이었다.
마음이 유난스레 따뜻한 사내. 거기다 동안(童顔)이어서 늙었다(?)는 느낌도 덜했다. 그 사내-최갑수. 지금의 남편이다. 정외과 출신의 정치지망생.
. 당초'탤런트'라는 단어는 그녀의 '꿈의 수첩'엔 없었다.
그런데 한번은 남편 친구-디자이너가 책표지 모델로 나가길 강권했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응했다.
그러나 '송곳은 어디서나 삐져나온다.'
전속모델이 된다. 그 얼마후 TV 수목드라마 '황금의 탑'에서 은경역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디민다.
시청자들은 이내 을 기억한다. 초생달같이 서늘한 눈매, 그리고 연민의 정을 자아내는 미소를 . 87년이였다.
이 언저리 원갈 '멋'표지모델로도 등장한다. 90년. '멋'이 끈이 돼 이장호 감독의 영화 '외인구단 2'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에겐 '배우'는 시들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자꾸 한쪽으로만 굴러갔다. 어느날 문득 아침에 눈뜨고 보니 '배우'였다. 이미 움치고 뛸 수도 없었다.
94년에는 TV 를 전세낸다. 현대물 '남자는 외로워'와 시대물 '한명회'.
순애보적인 여인역과 경국지색(傾國之色)-빼어난 미인, 그러나 낯뜨거운 여인역을 동시에 해치웠다.
. 그래도 '배우'가 낯설었다. 피안의 세계일뿐이었다.
그러나 95년 영화 '돼지가 우물에빠진날'에서 '배우'와 만난다. 연기와 맞닥뜨린다.
"이때 비로소 배우가 내겐 운명이라는걸 느꼈다. '오래사는 배우'가 되자고 다짐했다."
3류소설가와 사랑에 빠진 유부녀 부경역. '미인 탤런트'라는 한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보경역은 더욱 잊을 수 없다.
80년대 말과 90년 초. '그 순진해 보이는 이 알고보니 애까지 딸린 유뷰녀라지 뭐니'라는 항간의 루머에 시달린다.
"루머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애도 있고 물론 유뷰녀였다. 86년에 이미 결혼했으니... 일부러 이 사실을 감춘건 아니었다. 그래서 90년말 TV '아침의 창'이란 프로에서 루머가 사실임을 공표했다.
홀가분했다. 십년묵은 빚을 갚은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탤런트 의 인기는 무너지지 않았다. 도리어 상승기류를 탔다.
. 영화 '블루''스모크''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등은 늘상 기억에 남는다. 배우 줄리엣 비노시와 메릴 스트리프는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정신없이 뛰다보니 이웃에게 살가운 인사한번 건네지 못했다. 어느날 문득, 이렇게 살아선 안되지 싶었다. 부귀영화를 다 쥐어도 영혼이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무명의 첼리스트도 시인도 소설가도 결국 뭔가 메마른 사람들에게 물기를 주기위해 준재한다. 배우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