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왈종화백] 생활속의 중도 담았어요
기사입력 1997년 02월 11일 17시 54분
전시회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켜온 중진화가 이왈종씨(52).
대학교수직(추계예술대)을 내던지고 홀연히 제주로 내려갔던 그가 평면 신작 40여점을 들고 상경했다.
12-21일 종로구 관훈동 가나화랑(733-4545)에서 4년만의 전시회를 갖는 그는 제주에서의 삶과 변신을 담은 대형 풍속화 20여점과 현대 춘화 10여점으로 다시한번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로 내려간지 5년입니다. 처음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갔을때느 절대고독감이 밀려오더군요. 그러나 제주의 풍요로운 자연을 접하면서 이전의 부조나 종이조각과는 다른 평면회화로 그 아름다움을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제주 서귀포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숲과 노송이 어우러진 동네. 아침이면 정원 꽃나무 사이로 새가 지저귀고 시원한 바닷바람과 짠 바다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곳.
이것에서 가족과 떨어져 손수 밥을 짓고 화업에 전념하면서 그는 일체의 고정관념과 집착 등을 벗어난 중도(中道)의 삶을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10여전전부터 그가 주제로 삼아온 '중도' 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 평상심을 뜻하며 넓게는 평등을 나타낸다. 그래선지 그의 그림에는 상하좌우도 없거 점잖을 빼는 기색도 없다.
집이 꺼꾸로 그려진 것이나 남녀의 결합이 자연스레 화면 곳곳에 숨바꼭질 사듯 숨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주류를 이루는 작품은 '생활속의 중도'를 주제로 한 100-300호 크기의 대형 풍속화들. 예전에 비해 낡은 벽화 같은 느낌을 조는 대작들은 사람, 집, 조랑말, 돌하루방, 배, 물고기 등을 화면 가운데 배치하고
주변에 자동차, 꽃, 로켓, 등을 곁들여 제주의 자연과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형상화 한다.
사랑과 증오는 연꽃으로 후회와 이기주의는 사슴으로 충돌과 분노는 날으는 물고기로 행복과 소란은 아름다운 새로 오만함과 욕심은 촘으로 표현되어있다.
그 속에는 뒤짚힌 집 안에 두 눈을 부릅 뜬 여자와 고개숙인 남자, 신경전을 벌이는 남녀의 그림. 가수 을 보고 그렸다는 율동감 넘치는 작품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의 또하나 신선한 화제는 '남녀상열지사'를 다룬 손바닥 크기의 춘화첩 6개와 남녀성희를 짙게 묘사한 소품 10여점을 내놓은 것.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명제의 이 작품들은 화랑 1층 한켠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 미성년자의 관람을 금지한 가운데 성인관객에게만 전시된다. 비록 남녀의 성희랄 다양한 포즈로 형상화 했지만
간결한 선과 구도로 춘화적인 분위기만 전한다.
"춘화는 여기(餘技)에 불과합니다. 단원이나 혜원등 조선시대의 대가들도 풍속도의 하나로 춘화를 즐겨 그렸지요. 그만큼 성(性)은 숨길수 없는 생활의 주요 부분입니다.
그러나 전시장에 반듯이 내걸기에는 민망해 화첨으로 내놓았습니다."
이화백은 춘화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을 원치않는 눈치다. 오히려 본전시장에 걸린 '생활속의 중도' 연작들에 많은 관심을 주문한다.
본명이 우종인 이화백은 1945년 화성 출생. 회화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