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쇠기] 불경기 돈이 귀하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06일 15시 45분
"설쇠기 알뜰작전." 불경기속에 설을 맞아 설쇠기 알뜰 신드롬이 일고 있다. 사상 최악의 불경기로 인해 설 `떡값'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직장인들이 자녀나 조카들에 대한 세뱃돈을 줄이거나 부모님 등에 대한 선물을 간소화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이 고향인 김모씨（33．회사원）는 "형제가 일곱이기 때문에 조카만 해도 10명에 달해 세뱃돈 부담이 만만찮다"면서 "작년 설에는 1만원씩을 줬으나 올해는 5천원짜리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세뱃돈 축소 추세에 따라 설날을 앞둔 시중 은행에서는 5천원권 새지폐가 동이 났을 정도. 조흥은행 태평로지점의 경우, 설연휴 전날인 6일 5천원권 새지폐를 본점으로부터 2천장을 할당받았으나 문을 연지 1시간도 채 안돼 동이 났으며 이 같은 현상은 국민은행이나 등 여타 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행 출납담당 이윤석씨는 "설을 앞두고 각 은행들이 5천원짜리 신권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으나 수요의 절반도 공급하지 못했다"면서 "한번 이상 유통됐던 5천원권 지폐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나 은행들이 인수를 거절,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H그룹 과장인 이용복씨（35）는 "세뱃돈으로 주려고 5천원권 새지폐를 찾으러 은행에 갔으나 없다고 해 1천원권으로 바꿨다"면서 "설 상여금은 물론 월급조차 제대로 나오고 있지 않아 부모님에게도 용돈 대신에 내의 세트만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이렇듯 예년에 없이 얇은 주머니에 걱정이 태산같은 직장인들이 늘면서 실밥이 약간 터진 정도의 유명 브랜드 의류를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아울렛같은 할인 매장이 불황중 호황을 맞고 있으며 시중 쌀가게에서는 선물용 쌀이 등장,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등은 직원들에게 서산 간척지에서 생산한 쌀 40㎏짜리 한포대씩을 설 선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과일가게에서는 명절이면 상자째 팔리던 과일이 낱개로 팔리고 있는가 하면, 차례상에 올리는 제수용품도 절반 정도로 줄이는 등 예년에 없이 검소한 명절을 실감케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