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비둘기] 배우-관객 함께 어울리는 이색극
기사입력 1997년 02월 05일 17시 03분
`연극도 보고 술도 마시고.' 극장안에서 연극감상을 하면서 술도 직접 마실 수 있는 이색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올라 관심을 모은다. 서울교육극단이 1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신촌 비둘기'（박은희 구성, 연출）가 화제의 작품. 무대는 하나의 술집을 연상시키며, 등장인물들 또한 모두 `술을 제대로 즐기려는 시민의 모임'회원들이다. 이들은 허물어지는 자신과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각종 정보교환 그리고 우리의 전통적인 술예절을 재미있고도 진지하게 풀어낸다. 관객들 또한 단순한 연극 바라보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임의 회원과 가족으로 변신해 술꾼들의 행사에 참여, 얘기하기도하고 시음도 하는 역할놀이를 펼친다. 배우와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연극을 만들어가는 특이한 구성의 연극인 셈이다. 극의 내용은 세가지로 진행된다. 우선 술에 대한 자료 및 정보분석이 그것.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술, 요즘 젊인이들이 술마시는 이유, 알코올 농도에 따른 취한증상 등이 자료를 통해 발표된다. 두번째로는 신입회원 입회식. `술을 제대로…'회원이 되기 위해 성년식을 치르고 술예절을 배우는 의식이 진행된다. 세번째로는 회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앙케트를 벌이는 것. 알코올 중독여부 진단용 질문 7가지를 관객들과 함께 표시하면서 자가진단을 제시하게 된다. 결국 이 무대는 한 개인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병들게 하는 잘못된 음주문화를 연극놀이를 통해 비판하고 술을 즐겁고 유익하게 마시는 방법을 연극적으로 제시한다. 연출가 박은희씨는 "교육연극 방법의 이용,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에 직접 참여 연극을 함께 만들어가는 게 특징"이라면서 "술로 빚어지는 세상의 세태를 풍자했다"고 말했다. 연기자들로는 주력（酒歷） 3년차에서부터 30년차까지 등장, 자신의 술 이야기를 토해낸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의 유태균, 연극배우 겸 영화배우 김일우가 고참술꾼으로 출연한다. 여기에 이용이 차경희 이경랑 김철홍 최용재 이승찬 등 만만치 않은 경력의 술꾼들이 출연, 오늘의 잘못된 술문화를 꼬집는다. 오후 4, 7시. （02）495－12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