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큐'인생 50년 산증인
기사입력 1997년 02월 03일 15시 21분
최근 당구계로부터 `초대명인'으로 추대된 조동성옹(72· 동대문구 용두1동)은 한국 당구의 `살아있는 역사'다. 현재 한국당구원로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옹은 대한당구협회 창설이사를 비롯해 당구선수회회장, 대한당구회 회장, 삼구회 회장등 당구계의 모든 `장'자리를 두루 거쳤다. 10년여 공직생활동안의 `외도'를 제외하곤 50여년간 당구계와의 질긴 인연을 맺어온 것이다. 당구 큐를 처음 잡은 것은 지난 38년 중앙상업학교 1년에 재학중이던 14살때. 당구를 즐기던 부친을 따라 파고다공원의 뒷골목에 자리잡은 흑룡당구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였다. 당시 당구는 부유층 자제들만의 전유물. 전체 당구장이 33곳에 불과했을 뿐더러 단 7번 치는데 요금은 8전(당시는 시간단위가 아닌 치는 횟수로 계산했다고 한다). 8전은 당시 쌀 한되 혹은 오뎅백반을 먹을수 있는 `거금'이었기에 아무나 쉽게 당구장을 드나들수 없었다. 물론 공식대회도 거의 없어 당구장 고객들을 위한 친목대회만 있을 뿐이었다. 쌀 한가마니나 금반지가 부상으로 주어지던 시절이었다. "혜화전문학교 법문학과에 갓 입학한 시절이었지. 친목대회만 있으면 출전해 3∼4번인가 우승을 해 상금도 많이 받았지." 당시 낙원동에 살았던 조옹은 `장군의 아들' 김두한과 바로 옆집에 살아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조옹은 장군의 아들에서 보이고 있는 김두한의 모습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고 전한다. 김두한은 일절 술을 입에 대지 못했을 뿐더러 당구구경을 즐기기는 했지만 전혀 치지를 못했다는 것. 하지만 입담이 좋아 한번씩 당구장에 들를 때마다 당구장 손님들을 "배꼽이 빠지도록" 웃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희를 넘긴 노인장으로서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건장한 체격(1m85, 77㎏)과 체력을 지닌 조옹의 건강관리법은 한달에 한번씩 있는 원로당구대회에 출전하는 것. "젊었을 때는 테니스와 유도선수로도 활약해 건강만큼은 자신있어. 앞으로 여력이 된다면 당구아카데미를 운영해봤으면 해. 또 당구계의 국가공인단체가 빠른 시일내에 생겼으면 하는게 마지막 바람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