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신은경 불가는 눈가리고 아웅식
기사입력 1997년 02월 02일 16시 52분
가 3월부터 방송되는 새 수목드라마 `욕망의 바다'의 주인공으로 을 뽑았다가 다시 취소시켰다.
내부적으로 본부장을 거쳐 사장까지 구두 합의를 본 캐스팅을 하루아침에 뒤바꾼 것이다.
이유는 의 매우 유용한 조직인 `시청자위원회'의 의견때문이다.
사측으로 최동호부사장이 참가한 최근의 이 위원회에서 의 드라마 캐스팅이란 이례적인 `큰 논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했는데, 시청자위원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 불가론'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유야 뻔한대로 그녀의 작년말 음주사건에 따른 좋지 않은 여론때문이다.최부사장은 당장 제작진에 `취소'를 지시했다.
난감해진 측은 제작진이다. 당장 월요일 미국 해외촬영을 가야 하는데, 또 을 데려다 놓고 대본연습까지 했는데, 속수무책이 된 것이다.
누가 뭐래도 가장 참담한 사람은 나무위에 올라갔다가 떨어진 이다. 은 "열심히 연기하는 것만이 속죄라고 생각했는데, 여론이 이렇게 부정적이라면 여러사람 괴롭힐 수 없는 일이고
그만 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또래중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연기력'을 갖춘 의 캐스팅취소를 아쉬워한다. 작가는 또 에 맞춰 주인공을 썼다고 한다.
을 취소시킨데는 각계원로라는 사람들이 모인 시청자위원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PC통신의 여론도 한몫했다.
PC통신에는 뼈를 깎는 듯한 좋은 의견도 있지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비이성적 욕설로 되어있는 것도 허다하다. 소위 `적극적'이라는 의견을 개진하는 층이 그렇고, 때로는 이게 여론을 리드한다.
여기서 의 죄를 따져볼 수는 없다. 단지 공인인 연예인이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걸려 불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하루에도 수백건씩 일어나는 이런 사건이 에게는
`공인'이라는 이유로 얘기가 커져버렸고, 하루아침에 `직장'인 연기무대를 잃게 된 셈이다.
물론 그녀에게 자성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성의 기회도 또 필요한 것 아닌가.
일껏 심정적 동의를 하다가 `원로원'의 의견에 `그러면 관두지'하는 건 뭔가. 언제 `시청자위원'의 의견을 그처럼 금과옥조로 생각했던가. 결국은 `시끄러우니 그만두자'는 공영방송 다운 `적당주의'인가,
아니면 `눈치보기'인가.
남들은 대마초에 히로뽕도 하고 음주운전을 몇번씩이나 하고도 버젓하고, 최근엔 감도 안잡히는 5조원까지 어찌하는데, 무슨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나이드신 분들이 회의까지 열고 출연불가를 결정한 것은
스물세살 처녀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