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아이디어] 집 사무실 대신 찾아주기
기사입력 1997년 01월 15일 16시 42분
몇년 전에 시내에 작업실을 하나 얻기 위해 부동산 다섯 곳을 다닌 적이 있다. 위치가 좋으면 가격이 안맞고 가격이 맞으면 실내가 좁고, 다 좋은데 바로 옆으로 전철이 지나가서 시끄럽고…. 가격도 주위 환경도 햇빛도 다 좋은 작업장을 단번에 얻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틀간 헐떡헐떡 따라다니며 공치고 난 뒤에 언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 좀 대신 보러 다니는 놈 좀 없나?' 따져보니까 내가 이틀동안 원고를 쓰면 충분히 나 대신 방보러 다니는 값(부동산 복덕방비가 아님)을 지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날에는 아예 학생인 후배를 불러서 하루 일당을 줄테니까 나 대신 방 좀 보고 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1만엔을 주면서 내가 맘에 드는 곳을 찾아보라고 등을 두드리며 부탁했다. 그 후배는 이쪽 감각이 발달해서인지 방 3개를 보고 왔는데 그 중 2개가 괜찮았다. 후배는 자기 생각에 가장 환경이 좋다는 두 곳을 찍어서 그곳 부동산에 갔단다. 내가 이틀동안 헤매고 못 찾아낸 방을 녀석은 하루만에 두 개나 찾아낸 거다. 난 후배가 설명하고 분석을 해 주는 데이터를 체크하면서 그 중 하나를 작업실로 택했는데 가보니 생각대로 OK였다. 이 친구가 나 대신 방보러 다니는 동안 내가 일 할 수 있었으니까 당연히 1만엔쯤 더 줬다. 그 후배에게는 2만엔짜리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복덕방비가 20만엔 이었으니까 그 10분의 1을 쓴 것이다. 내가 고생을 덜면서 좋은 방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이것도 서로 좋은 장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이런 일을 언급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지금 이 칼럼에 딱 맞는 아르바이트인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시사철 집과 사무실과 가게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 세상의 복덕방 숫자도 거기에 준해서 수없이 많다. 그런데 정작 그런 공간을 찾고 있는 사람들 중엔 바쁘기도 하고 아플 수도 있고, 체질상 돌아 다니기 싫은 성격이 있을 수 있다. 또 찾다가 지쳐서 끙끙 앓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복덕방을 대신 찾아다닌 뒤에 직접 보고 비디오 카메라(도 좋지만)로 찍어서 보고해 주는 일을 한다면 많은 고객들을 부를 수 있다. 건강이 좋은 젊은 남녀들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다. 자리 감각(?)있는 친구들끼리 모여 의기투합 한 뒤 신문에 `방, 사무실, 가게 대신 찾아줌'이란 조그만 광고를 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