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가장 빠른 선수
기사입력 1997년 01월 12일 15시 08분
한국 축구선수중 가장 빠른 사나이는 누구일까. 일반적으로 축구에서 준족은 미드필더들이다. 수비에서 갑작스런 공격전환 등 플레이 자체가 빠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총알' 변병주（전 현대）, `바람의 아들' 김이주（삼성）는 물론 `월드스타' （일본 세레소）과 （대우） 등 역대 한국의 좌우측면을 담당했던 스타들이 한결같이 단거리 선수를 능가하는 스피드를 자랑했다. 그러나 현 국가대표중 가장 빠른 선수는 골키퍼 다. 느림보 포지션인 GK가 1위를 차지한 것은 한국축구 1백년 역사에서 전무한 `일대사건'이다. 그의 이력서에 적힌 1백m 기록은 11.7초. 다음으로 빠른 한정국（상무）보다 0.2초 앞서고 있다. 가 가끔 하프라인까지 공을 몰고 나가는 것은 이런 빠른 발 덕분이다. 의 `공격하는 골키퍼' 이키타가 빠른 발을 믿고 최전방까지 침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그는 발로 인해 편안한 군（軍）생활을 하기도 했다. 상무시절 체벌의 일종인 선착순에서 항상 1등을 했던 것. 당연히 동료들이 연병장에서 거품을 품을 때 1바퀴만 도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등병 시절 별명이 `한바퀴'였다. 그의 재능은 경남 밀양초등학교 3년때 일찍이 나타났다. 비록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했지만 단거리（60m）경기에서 항상 월계관을 썼던 것. 1년여의 선수생활뒤 "빠르다"는 소문이 경남 인근에까지 퍼지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축구 골키퍼로 나선 그는 중장거리는 손을 내젓는다. 그의 한계는 4백m다. 동료들과의 달리기에서 1백∼2백m 정도는 확실이 앞서지만 갈수록 차이가 좁혀지는 것. 하지만 아직도 순간적인 스피드는 체육계 최고를 자부한다. 그는 지난 9일 녹화한 SBS TV `도전, 불가능은 없다'라는 프로에서 솜씨를 보였다. 한국 육상 기록보유자 4명을 비롯해 대표인 （롯데） 등 체육계에서 빠르다는 13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당당히 순발력 1위를 차지한 것. 국가대표팀 안방을 굳건히 지킬 `번개' 의 빠른 발은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 어떻게 빛날 지 관심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