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조교사들 우왕좌왕
기사입력 1997년 01월 11일 14시 47분
마사회의 갑작스런 제도 변경으로 경주 편성에 일대 혼란이 일고 있다. 마사회가 국산마 3군 체제 운영, 96년 상금 인상분 소급적용, 2연승 이상 말에 지급하는 연승 상금제 도입 등을 한꺼번에 실시함에 따라 출전 신청을 위해 투표장에 모인 조교사들이 어느 경주에 말을 내보내야 하는지 몰라 정초부터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 조교사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국산마의 등급 체계 변동이다. 4군에서 하루 아침에 3군으로 변함에 따라 출주 신청을 해도 경주에 참가할수 없는 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1년이나 늦게 타결된 96년도 상금 인상분 1년치가 한꺼번에 지급됨으로써 경주마마다 수득 상금액이 변해 당연히 출전할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말들이 대거 탈락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번주에는 모두 5백71마리가 출전 신청을 했으나 결국 2백90마리만 경주로에 모습을 드러냈고, 나머지 2백81마리는 그간 새벽 훈련을 거듭한 보람도 없이 마방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갑작스럽게 바뀐 제도마저도 마주와 조교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능력이 있어도 상금에서 밀려 출전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 예를 들어 지난해말까지 8백26만원의 상금을 번 국산마 `당찬'은 상금 인상분이 적용돼 9백57만원을 번 것으로 인정돼 바뀐 제도하에서는 9백만원 이하 레이스(3군)에는 참가할 수 없다. 하는 수없이 국산마 2군 경주를 기웃거려 보지만 여기는 2천만원 이하를 번 말들이 뛰는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수득 상금이 적은 `당찬'으로서는 상금에서 밀려 출전 자격조차 얻지 못하게 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상금을 한 푼도 벌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0원 말'. 이들은 앞으로 어느 레이스에 출전 신청을 해도 뛸 기회가 없어 출전은 고사하고 아예 폐마될 날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경주에 출전했던 경주마는 모두 1천1백57마리인데 이중 `0원 말'이 18%가 넘는 2백6마리나 된다. 이들은 능력이 없거나 건강상태가 나빠서 상금을 못버는게 아니라 마사회의 승급제에 의한 희생양들이라는 지적이다. 상금을 벌수록 등급이 올라가 상위 그룹 말들과 겨루느라 능력의 한계에 부딪힌 것. `0원 말'들은 대부분 5백만원선에 분양된 수입마들이어서 무려 10억원이 넘는 외화가 조만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등급제로 인한 `희생양'들은 7등급제로 운영되고 있는 외국산마가 4개군으로 통합될 올 하반기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 조교사는 "외국산마가 4군으로 통합되면 능력있는 말들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라며 "마주들에게 뭐라 변명을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