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잘나가던 유학도… 스크린 외도에 푹빠져
기사입력 1996년 09월 13일 14시 27분
## 첫 출연작‘맥주가…’불발탄… 아픔만큼 성숙 ## 영화‘바리케이드’"삶이 고달퍼 입에 밴건 욕밖에’ 94년 11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ASTA(미주관광협회)총회. 한국대표단의 통역으로 나선 미모의 재원 박은정(23)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훤칠한 몸매에 서글서글한 미소를 곁들여 각국 대표들과의 협상테이블을 매끄럽게 이끌었기 때문이다. 미국 주립대학에 유학(의상학 전공)중, 우연히 ASTA총회의 통역으로 포르투갈을 다녀온 게 박은정의 인생항로를 바꿔놓을 줄은 당시엔 전혀 몰랐다. 포르투갈에서의 활약이 알려지자 여러 신문과 잡지 등에 인터뷰기사가 실리기 시작했고, 이것을 계기로 의 비아트 모델이 됐던 것.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현재의 박은정은 영화배우로 변신, 스크린의 여왕 등극을 꿈꾸고 있다. "리스본을 다녀온 뒤 곧바로 다시 공부하러 갈 생각이었는데요. 이렇게 주저앉고 말았어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늦게나마 제 길을 찾은 것 같더라구요." 자신감과 의욕에 찬 박은정이 요즘 촬영중인 영화는 `바리케이드'(윤인호감독- 제이콤제작). 도시 변두리의 조그만 공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삶을 통해 소외와 단절 등 인간관계의 벽을 경멸의 형식을 빌어 풍자하는 영화다. 박은정의 역할은 여고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한 경리직원 금희란 인물. 공장 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모두 우습게 보고, 자신은 어서빨리 지긋지긋한 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여인이다. 세파에 찌들어 아무한테나 욕설이고, 눈을 부라리는 거친 캐릭터다.
"야, 이 새끼야. 눈깔 똑바로 뜨고 다녀. 가만 보니까 이 자식, X나게 겁대가리가 없네." 평생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닌다. 처음에는 욕설이 어색해 NG도 많이 냈지만 한달 이상 욕을 내뱉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터져나온다. "영화하면서 많은 걸 배워요. 세상을 배우죠. 사람도 만나구요. 그래서 아마 다시 미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지난해 말 옴니버스영화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에서 박철수 감독과 호흡을 맞췄으나 불행하게도 자신이 촬영했던 에피소드만 편집에서 빠졌던 `상처'가 오히려 `보약'이 됐다는 박은정. 어떤 영화,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상처'를 딛고 얻은 결실이다. 이제 열흘 가량 남은 `바리케이드'의 촬영을 마무리 짓고 난 다음에는 `나인 앤 하프 위크' 같은 감각적인 멜로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은 게 박은정의 가을 욕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