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52) ♣
기사입력 1996년 08월 03일 14시 01분
**"내 신분을 알고 싶소?"
손목이 뒤집어졌다.
우레와 같은 굉음이 울려퍼지며 상상하기 어려운 강기가 휘몰아쳤다. 청죽생의 장심이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의 푸르스름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두 고수의 잠력(潛力)은 충돌하고 있었다.
일진광풍(一陳狂風)이 표국의 지붕을 훑었다.
기왓장이 가랑잎 마냥 사방으로 휘날렸다. 모용추는 견디지 못하고 다른 전각의 지붕위로 몸을 피했다.
일심부주와 청죽생은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들 주변으로 산산조각난 기왓장이 흙먼지와 함께 날아다녔다.
모용추는 그들의 대치를 보면서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청죽생… 일개 총관으로 알고 있었건만!'
일심부주의 안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단숨에 제압하리라 생각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다.
청죽생은 강했다.
그냥 강한 정도가 아니라 그의 심오한 내공과 무술의 경지는 절정고수로 손색이 없는 것이다.
"놀랍군."
묵양대인이 감탄했다. 아마 그 말은 진심일 것이리라. 언제나 자신의 내심을 드러내지 않던 총관 청죽생.
그에게 이러한 무공이 존재하리라고 믿었던 사람은 결코 없었다. 묵양대인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하지만 무사히 돌아갈 수는 없을거야."
"물론… 그렇게 생각하오."
"자네는 역시 남다른 두뇌를 지닌 총관일세."
청죽생은 태연했다.
"적어도 그냥 당하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모용추의 신형이 공간을 미끄러져 본래의 위치대로 돌아왔다. 그녀의 몸놀림은 절묘하여 전혀 바람소리 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청죽생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중얼거렸다.
"귀문(鬼門)의 귀영신보(鬼影身步)는 경공일절(蠱功一絶)로 역시 손색이 없군, 모용소저는 분명 귀문의 문하구려."
모용추의 눈꺼풀이 가느스름해졌다.
"당신의 해박함은 실로 놀라워요. 이미 강호상에서는 전설로만 알려지고 있는 귀문의 무공에 대하여 그토록 상세히 알고 있다니! 당신의 진정한 내력은 무엇이죠?"
"이미 소저에 의해서 밝혀지지 않았소?"
"아니오, 그건 빙산의 일각이에요. 당신같은 절정고수가 겨우 청조의 주구(走狗)노릇을 한다는건 이해되지 않아요."
묵양대인이 그들었다.
"사매의 의견에 동조하네. 그는 심상치 않은 내력을 지니고 있어."
청죽생이 그들 사형제를 번갈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진정한 내 신분내력을 알고 싶소?"
일심부의 사형제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