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히트'] 로버트 드니로·알파치노, 관록연기
기사입력 1996년 07월 28일 17시 50분
## '대부2'이후 22년만에 함께 출연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현존하는 배우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온 두 배우가 나란히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났다.
`히트'(원제 Heat).
두 배우가 한 영화에 출연했던 것은 22년전의 `대부2'. 그나마도 로버트 드니로는 아버지 돈 콜레오네의 젊은 시절을, 알 파치노는 아들인 마이클을 맡아 각기 다른 세대의 인물로 등장해 한 프레임 안에서는 마주친 적이 없었으나 `히트'에서는 불꽃튀는 연기대결로 전세계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이 `히트'에 나란히 출연하게 된 것은 절친한 친구인 마이클 만 감독의 부탁때문.
## 냉철한 갱스터 - 강력계형사로 한판승부 `히트'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냉철하고 치밀한 갱스터로, 알 파치노는 과격하고 불같은 강력계 형사로 나와 숙명적인 한판 승부를 가리게 된다.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혈한이었다가도 외로운 남자의 나약한 모습으로 연민을 자아내는 로버트 드 니로의 표정연기, 범인을 쫓는 일이라면 지옥끝까지라도 따라갈 듯한 알 파치노의 광기가 대조를 띠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부2'때와는 달리 두 배우가 세 차례에 걸쳐 직접 대면,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대배우의 관록과 카리스마를 무제한으로 뿜어내는 점이 압권으로 꼽힌다. 특히 이들이 한 프레임 안에서 만나 부딪칠 때면 호흡조차 조심스러워질 정도. 마이클 만 감독도 이러한 점을 의식해 이들의 첫 대면을 서로 숨은 채 엿보는 방식으로 처리했는데, 이 장면조차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이 넘쳐난다.
귀를 찢는 총성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마침내 맞닥뜨린 두 사람. 자신의 총에 맞아 쓰러진 로버트 드 니로에게 다가가 손을 마주잡는 알 파치노의 라스트신은 말그대로 `환상적'이다.
< 이창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