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교실] (83) 벙커는 파라솔 꽂는데가 아니다
기사입력 1996년 07월 27일 15시 33분
장마끝 무렵에는 날씨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새벽에 멀쩡하던 하늘이 아침이 되면서 갑자기 어두워지며 소나기와 천둥으로 소란을 떠는가 하면 잠깐 뒤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파란색으로 물감을 바꾼다. 이런 날 꼭 필요한 것이 우산과 타월이다.
이 장비는 비가 오나, 땡볕이 내리쬐나, 양수걸이로 사용할 수 있으니 여름철 라운딩에는 없어서 안될 동반자이다. 문제는 이 장비도 잘쓰면 약이 되지만 못쓰면 독이 된다는 점이다.
우산을 받치고 비속에서 라운딩을 하다가 공이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별 생각 없이 벙커까지 쓰고 들어가 모래위에 꽂아놓고 샷을 했다. 2벌타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벙커의 모래 상태를 테스트한 행위'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린에 올라가서도 주의해야한다.
빗물로 인해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가 엉망인데 공의 외형이 깨끗할리 만무하다.
마커를 한뒤 공을 집어봤더니 진흙이 떡처럼 붙어있다. 무심코 그린의 잔디에다 공을 비벼닦았다. 역시 2벌타이다. 그린테스트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렇길래 여름철 라운딩에는 필히 타월을 허리춤에 꽂고다니며 빗물도 닦고 땀도 닦고 공도 닦으라고 하지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