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손등의 뜸자국
기사입력 1996년 07월 17일 16시 41분
**수근골이상 손목통증 유발 손목을 붕대로 칭칭 감은채 찾아온 고등학교 2학년 야구선수가 있었다. 붕대를 풀어보니 손등에 뜸자국이 두개 있었는데 뜸을 뜬 상처가 곪아서 깊게 패여 있었다. 두달전 연습 게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목이 겹질러 졌다는 것. 처음에는 참을 만 했는데 지금은 주먹을 쥘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배팅은 물론 전력 질주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몇군데 병원에서 엑스레이도 찍어보았지만 뼈는 괜찮으니 찜질하면서 운동을 쉬면 나을 거라고 하더란다. 하지만 증세가 점점 더 심해져 뜸을 떴는데 손목 아픈 것은 낫지않고 뜸뜬 상처가 곪아서 그것까지 치료해야하는 어이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환자의 손목이 아픈 것은 수근골의 이상 때문이다. 수근골은 손목 주름 밑에 있는 새끼 손톱만큼 작은 여덟개의 뼈로 되어있다. 손의 기능상 아주 중요하며 탄탄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데 이 환자는 손목이 꺾이는 순간 수근골의 사이가 벌어져 느슨해지며 수근골이 마구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 두 손의 수근골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여 수근골의 위치를 비교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아픈 쪽의 손만 엑스레이를 찍어서는 금이 간 곳을 찾을 수 없다.
사실 뼈나 근육, 관절에 이상을 느낄 때 흔히 실시하는 엑스레이 촬영은 쉽고 편리해서 많이 이용되지만 정교한 방법은 아니다. 또 사진 촬영의 기술과 진찰하는 의사의 지식과 노력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겠다.
치료는 수근골을 제 위치에 오도록 해야 한다. 직접 뼈를 움직이는 치료를 해서는 안되고 뼈와 뼈를 연결하는 인대를 회복시켜서 수근골이 저절로 정상 위치로 돌아가게 해야만 계속 운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이온화 약물 투여법이 효과적이고 치료기간에는 수근골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 주어야 한다. 뜸을 뜬 상처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2주후에는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전영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