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적당한 수준으로 즐기는게 최선
기사입력 1996년 07월 05일 16시 39분
필자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실력자를 꼽으라면 Y씨를 들고 싶다.
물론 출중한 고수는 많았지만 "같이 게임을 하기가 겁날 정도"로
부담을 느꼈던 사람은 단연 Y씨였다.
Y씨는 명문대 출신으로 대기업에서 촉망받던 회사원이었다.
워낙 화려했던 인물이라 본명이나 이력을 밝히기 곤란하지만,
어쨌든 Y씨는 20대 후반 뒤늦게 포커를 배웠으면서도 포커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그 역시 처음에는 포커를 즐기는 정도였다. 그러나 2년, 3년
세월이 지나며 차츰 횟수가 많아지며 친구,
직장계를 평정하더니 급기야는 전국을 오가는 원정대에 이른다.
회사는 결국 5년만에 중도하차. 그러면서 포커계에서는 고기가
물을 만난듯 실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그러면서 10여년이 흘러
어느새 40대 중반. 완숙의 경지에 오르며 전국의 꾼들에게 신화적인
존재로 알려진다.
대구, 부산의 자칭 최고수가 Y씨에게 당한 일화는 유명하며,
게임을 하다가 Y씨가 나타나면 꾼들이 슬금슬금 도망가곤 했다.
무적의 승률을 자랑하던 Y씨였기에 스폰서가 줄을 섰다.
따라서 돈이 없어도 게임을 할 수 있는 Y씨는 이길 때마다
딴돈을 펑펑 써버리기 일쑤였다.
그러기를 또 5~6년. 80~90%의 승률을 기록하던 Y씨였지만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던 Y씨의 아성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점점 잦아지는 패배에 비례하여 떠나가는 스폰서. 하지만 이미
포커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중독된 Y씨가 달리 선택할 길은 없었다.
순식간에 엄청난 빚을 지게되었고 그 이후로는 Y씨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만이 가끔 들려온다. Y씨는 포커실력에 있어서 만은 최고였지만,
자기통제를 못한 어리석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약주도 너무 즐기면 독이 되듯, 포커 역시 재밌다고 너무 빠지면
중독에 이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명심하자.
이윤희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