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꽃피는 동물원
기사입력 1996년 06월 05일 17시 14분
**초식동물 방사장 본격 허니문시즌 서울 대공원 제3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곳 초식동물 방사장에 함께 살고 있는 산 그레비 얼룩말과 블렉스복, 세이블 앤틸롭 커플들이 본격적인 허니문 시즌에 접어들었기 때문. 요즘 이른 아침이나 저녁무렵이면 제3관 이곳저곳에서 뜨거운 장면들이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동물원측은 고단위 사료를 넣어주고 먹이의 양도 배로 늘리는 등 이들의 체력을 보강시키기 위해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현재 그레비 얼룩말은 수컷 1마리와 암컷 2마리, 소과에 속하는 블렉스복과 세이블 엔틸롭은 각각 암수 1쌍씩 살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 동물들의 독특한 사랑형태.
암컷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수컷끼리 혈투를 벌이는 사자, 호랑이등 육식동물과 달리 암컷이 매우 적극적인 것이 특징. 담당 사육사들은 "암컷은 교미철이 되면 수컷을 유혹하기위해 갖은 아양을 떨지만 수컷은 돌부처처럼 꿈쩍도 않는다"며 "오히려 귀찮다는 듯이 다른 곳으로 가면 암컷은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간절히 애원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랑의 주도권이 뒤바뀐 것은 암컷의 월경 주기와 수컷의 발정기가 서로 틀리기 때문. 암컷은 월경이 끝나는 즉시 2주동안 발정기가 시작돼 하루에도 수차례씩 수컷을 찾지만 수컷은 발정기가 돼야만 암컷에게 접근하기 때문에 사랑의 성공은 순전히 암컷의 능력에 달려있다. 암컷들은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 수컷의 코앞에 엉덩이를 들이밀거나 강력한 흥분 분비물을 내뿜고, 심지어 수컷의 은밀한 부분을 핥아주기까지 한다. 이처럼 어렵게 이뤄지는 사랑행위는 하루에 수차례씩 반복되기도 한다.
때문에 교미시즌에 접어들자 사육사들은 그레비 얼룩말 수컷의 동태에 가장 신경을 썼다. 암컷은 두마리인데 수컷은 한마리여서 수난(?)이 예상됐기 때문. 그러나 다행히도 암컷들의 월경주기가 서로 달라 한숨을 놓게 됐다고. 아무튼 제3관이 사랑 열기로 뜨거워지자 동물원측은 "동물들이 전에없이 사랑을 많이 나누고 있어 올해는 2세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