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돈 야구보기 >
기사입력 1996년 05월 13일 14시 29분
## 간 큰 감독의 자율야구 30여년을 군사독재에서 살아온 우리에게 `자율'은 상당히 매력적인 단어다. 스스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 각종 규제로 원천봉쇄 당한 아픈 기억들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자기의 방종을 억제함'이라고 풀이되는 자율이라는 말이 판에 나돌고 있다.
사실 자율이라는 말은 야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도자가 가장 많은 간섭을 하는 경기가 야구이기 때문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마다 신경을 써야하고 타석에 들어선 선수에게 `쳐라, 치지말라'고 사인을 내야한다.
주자라도 나가면 감독의 머리는 더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
이미 분석된 상대투수의 투구내용을 분석하고 무슨 지시를 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해야 하며 기상천외한 사인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미국까지 다녀온 전문가라는 몇몇 야구인들은 미국 가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겉(결과)만보고 속(과정)은 못본 사람들의 말이다.
미국에는 선수가 되기전에 거치는 곳이 있다.
바로 마이너리그인데 그곳에는 자율이 없다.
코치들은 선수의 특성에 맞춰 프로그램을 짠 뒤 끊임없는 잔소리를 해댄다.
그래서 더이상 잔소리를 듣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때 로 올라가게 되고 그때부터는 훈련에서만 약간의 자율이 허용된다.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막바로 에 올라온 이른바 특급스타들도 엄청난 잔소리를 듣고 비로소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다. 자율을 추구한다는 감독이 지난 10일 대로했다.
부산의 롯데전에서 한 이닝에 10점이나 준 것이 직접적인 이유였고 그밖에도 가슴에 맺히는 잘못된 플레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는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기대이하의 경기를 하고 있다.
중간순위 6위에다 실책은 29개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고 기록이 되지 않는 주루사를 비롯해 외야의 중계 플레이 미숙 등 저팀이 과연 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군다나 한국 프로선수들은 미국 메이저리거들처럼 2군을 거친 선수들이 거의 없다.
다시말해 자율적으로 할수 있는 분위기가 몸에 배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감독이 내는 작전을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실책이나 연발하는 등 방종함을 억제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 선수들을 자율로 이끄는 것은 `간큰 감독'이나 할수 있는 일이다.
혹시 감독이 자율이라는 잘못된 틀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고 있지 않았을까.
야구에서의 자율은 `타율에 의해 길들여진 다음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잘못된 것일까.
무엇보다도 가 예상보다 성적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에 대한 연구와 처방이야말로 감독의 `자율'적인 몫이다.
왜냐하면 감독에게는 조언을 할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 야구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