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홍보 '2등 음식점' 유행
기사입력 1996년 04월 19일 16시 37분
**두번째로 잘하는 집 "세컨드가 좋아요." `원조' `본가집' 등 서로 자기가 최고라는 상호를 건 음식점들이 판을 치고 있는 가운데 스스로 2위임을 표방하는 음식점들이 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서울 광화문의 명동칼국수집은 이달 중순 봄맞이 인테리어를 하면서 입구 정면에 `서울에서 두번째로 잘하는 집'이란 큼직한 현판액자를 걸어놓았다. 이와 똑같은 액자는 서울 논현동과 서초동의 또다른 명동칼국수집에도 붙어있다. 이름만 같을뿐 체인점도, 서로 알고지내는 사이도 아닌 이들 칼국수집 주인들은 서로 자기네집이 2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칼국수집 뿐만 아니다.
은평구 신사동의 한 만두집과 논현동 갈비집 등 서울에서만도 자칭 두번째를 표방한 음식점들은 줄잡아 20여곳에 이른다. 물론 이들 음식점들이 `맛자랑 대회'를 치른 끝에 2위라는 타이틀을 따낸 것은 아니다. 다만 `원조'나 `최고'를 외치는 것보다 한단계 아래임을 자처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다. 이들 가운데는 자타가 공인하는 1위지만 일부러 2위라고 `겸손'해하는 집도 있다.
서울 삼청동에서 `서울서 두번째로 맛있는 집'이란 이름의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은숙씨(57)는 "20년전 한 한의사로부터 쌍화탕 조제법을 전수받아 쌍화탕만큼은 솔직히 우리집이 최고"라고 주장하면서도 "1위라고 했다가 손님들로부터 거만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 2위라는 상호를 달게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소들이 2위임을 자처하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다 1위가 되기 위해 좀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출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인기획 기획팀의 안계환부장은 "`2위전략'은 지난 60년대 미국 렌터카 업체인 에이비스(AVIS)사가 1위인 허츠(Herz)에 이어 2위라는 사실을 광고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뒤 등 전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애용했던 광고기법"이라고 설명하고 "최근 우리나라에도 2위전략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업소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 명동칼국수집 주인 허갑주씨(44)는 "2위 액자를 건뒤 손님이 부쩍 늘었지만 `누가 1등이냐'는 질문을 하는 손님들이 많아 요즘은 아예 ` YS칼국수가 1등'이라고 답해준다"면서 "1등이든 2등이든 손님만 많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