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가상현실 게임'
기사입력 1996년 04월 10일 16시 17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박찬호(23)가 타자들 연구에 여념이 없다. 경기가 시작되면 박찬호의 덕아웃 자리는 언제나 데이브 월라스 투수코치 옆이다.
박찬호는 월라스 코치옆에 앉아 습관대로 공을 든 손을 흔들며 계속 무언가 대화를 나눈다.
다름 아닌 상대타자들에 대한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현장학습'이다.
타자들의 특성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박찬호가 `적'을 파악하기 위해 끈질기게 코치를 물고 늘어진다.
또한 상대타자에 대한 파악 뿐 아니라 상황 대처에 대한 간접 경험도 큰 도움이 된다.
토미 라소다감독은 식사를 하다가도 상황을 정해 놓고 박찬호에게 어떤 공을 어떻게 뿌리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박찬호 역시 월라스 코치와 덕아웃에 앉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마다 어떤 공을 어떻게 뿌릴지를 묻는다.
시즌 초반 구원 투수로 불펜에 앉았을 때도 박찬호의 배우려는 의지는 여전했었다.
최고참이자 마무리투수인 토드 워렐(36)에게 계속 상대타자들과 경기 상황 파악, 던져야 할 구질 등에 대해 물었다.
워렐은 "물론 구질도 최상급이지만 찬호의 최강점은 항상 성실하고 배우려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박찬호를 동생처럼 보살펴 주고 있는 워렐은 "2년전 처음 찬호를 보았을 때는 그저 빠른 공만 던지려는 투수라기보다는 공던지는 선수에 불과했지만 노력하는 자세 때문에 진정한 투수에 아주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박찬호의 성실하고 명랑한 성격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 마르티네스나 노모, 캔디오티 등 라이벌 의식을 느낄 만한 다른 투수들도 박찬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빨리 배워 성공의 길로 달리려는 박찬호의 집념 앞에 모두가 `한수 지도'를 아끼지 않는 개인교사로 나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