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임대차 2법, 시행 5년 만에 수술대 오르나…폐지보단 손질?

기사입력 2025-03-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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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개업소 매물판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요 많은 곳에 '선별 적용', 상한요율 10%로 인상 거론…정부, 조만간 공론화

폐기보다는 개선에 무게 두지만…조기 대선 등 변수 많아 향배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이 올해로 5년 차를 맞은 가운데 제도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폐지 수준의 손질'을 공언한 뒤 처음으로 정부가 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히면서다.

당장 '폐지'보다는 '개선'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우는 모양새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또 다른 변수다.



◇ 국토연이 제시한 임대차 2법 4가지 대안…야당 반대·조기 대선 등 변수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상반기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주택 임대차 제도개선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는 반년이 넘도록 한 번도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주택 공급 확대 등 국토부의 시급 현안에서 밀렸고 시행 4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뒤늦게 들쑤셔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컸다.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진 최근엔 제도 개선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예상이 컸는데 정부가 공론화를 결정했다. 임대차 2법 손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중 하나다.

국토연의 보고서에는 계약갱신요구권(이하 갱신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의 폐지부터 개선까지 크게 4가지 대안이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제도 폐지다. 이 경우 신규 계약 체결 시 4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려는 임대인으로 인한 '이중가격' 문제가 해소되고 계약갱신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임차인이 신규 임대의 노출 빈도가 늘어나 주거 불안이 커진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두 번째 안은 부동산 시장의 차별성을 고려해 토지거래허가구역처럼 지자체가 가칭 '임대차 특별지역'을 지정하고, 지역별로 지정 기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세수요가 많고 가격이 불안한 곳만 임대차 2법을 '핀셋' 적용하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갱신권과 상한요율(5%) 적용 여부를 임대인과 임차인 자율에 맡겨두는 것이고, 나머지 네 번째는 현재 정책 대상의 범위를 현실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것이다.

연구원은 현재 갱신권 사용 시 임대료 인상이 5%로 제한되는데 이를 지자체 조례 등을 통해 10% 이내로 상향 조정해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임대차 2법을 전세사기피해지원에 맞춰 저가주택(보증금 5억원)에만 적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계약기간을 '2+2년'이 아닌 '2+1+1년'으로 하면서 갱신 과정에서 10% 상한요율 적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제안이다.

정부는 이번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정식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첫 단추를 끼우더라도 앞으로 개선안의 방향과 법 개정 전망은 불투명하다.

임대차 2법을 만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고, 현재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전세 기간과 갱신권 사용 기간을 '3+3년' 또는 '2+2+2년'으로 강화하는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탄핵 정국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는 향후 개정안의 향배를 가를 가장 큰 변수다.



◇ 분쟁 키우는 임대차 2법…"임차인 보호 순기능 vs 임대인 권리 침해"

임대차 2법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임차인의 주거안정과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사적 계약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임차인과 임대인간 갈등을 키우는 데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한국부동산원·한국토지주택공사(LH)이 운영하는 주택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총 2천236건의 분쟁 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금리 인상과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화했던 2022년(2천492건)에 비해선 다소 줄어든 것이지만 임대차 2법 시행 첫해인 2020년 1천580건보다는 41.5%가 늘어난 것이다.

현재 분쟁조정 신청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임대차 보증금 반환 문제다.

그러나 2020년 7월 말 임대차 2법이 시행 후 전셋값이 떨어지기까지는 임대인의 허위 갱신 거절과 계약 갱신·종료 등에 관한 갈등이 주를 이뤘다.

임대차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요즘도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갱신권 사용을 거부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세입자에게 임대했다는 식의 갱신권 사용 관련 분쟁이 많이 들어온다"며 "일부는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민사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 2법 도입 초기에는 5% 상한 규제를 피하려는 집주인이 보증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대신 관리비 등을 대폭 올리는 등의 편법을 동원해 문제로 지적됐다.

임차인이 4년마다 높은 보증금 인상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갱신계약은 인상률이 5%로 제한되지만, 이후 신규 계약은 4년 치 임대료 인상분을 한꺼번에 받으려는 집주인들로 인해 가격이 크게 올라 임차인의 부담이 커진다는 논리다.

국토연구원은 국토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임대차 2법 제도 도입 초기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전셋값 상승 효과가 있었고, 상대적으로 갱신계약보다 신규계약이 전세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갱신권으로 인해 전세 계약이 4년까지 지속됨을 고려해 4년 치 보증금을 일시에 증액하려는 행태를 보였다"며 "앞으로도 전셋값 상승기에는 4년마다 임대료를 크게 올리는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임대차 2법으로 계약 관련 권한이 임차인에 집중되면서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크다는 지적도 많다.

일례로 임차인이 갱신권 사용 후 추가된 2년을 채우지 않고 일방적으로 중도 퇴거를 요구해도 임대인은 3개월 내에 보증금은 반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임대차 문제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갱신권을 쓴다는 것은 묵시적 갱신과 달리 임차인이 2년을 더 거주하겠다는 의지가 큰 것인데, 중도 퇴거 시 무조건 3개월 내 전세금을 반환해야 하는 규정은 임대인 입장에서 불리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2법 이후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이사비·보상금 등 사회적 비용도 논란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개인 사정상 임대 기간 연장이 어렵거나 집을 팔아야 하는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갱신권을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면 그 조건으로 많게는 1천만∼2천만, 적게는 200만∼500만원 정도의 이사비를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며 "그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거나 다툼도 발생하기 때문에 임대인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대차 2법 시행 후 주택 매도에 곤란을 겪는 집주인도 많다.

특히 임차인이 9∼10가구에 달하는 다가구주택은 집을 팔려면 집주인이 임차인 명도까지 모두 책임져야 해 막대한 이사비용 부담에도 매도가 지체되거나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 임차인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로 임대차 2법이 도입됐는데 지금은 모든 계약의 칼자루를 임차인이 쥐면서 임차인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 말했다.



◇ 전문가 "시장 적응, 폐지 어려워…과도한 제약 숨통은 틔워야"

전문가들은 임대차 2법에 부작용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도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미 5년 가까이 시행중인 제도를 갑작스럽게 폐지할 경우 임차인의 반발과 함께 시장의 혼란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임차인은 갱신권 사용으로 전셋값 급등기에도 5% 인상만으로 최소 4년의 거주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임차인 주거안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2월에는 헌법재판소가 임대차 2법과 관련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하면서 폐지의 명분이 더 약해졌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좋은 제도든, 나쁜 제도든 이미 시장이 적응하고 있는데 이를 되돌리면 또 다른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임대차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제도를 손질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2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5% 상한요율의 현실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현재 주택임대차법상에서 임대료는 1년마다 올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2년 단위 계약으로 2년간 1번만 임대료 인상이 가능한 구조여서 5% 인상은 제약이 된다는 것이다.

이용만 교수는 "임대료 인상폭을 획일적으로 5%로 제한하면서 임대인 입장에선 4년 임대를 전제로 출발점을 높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셋값이 왜곡되는 현상을 낳는다"며 "5%를 10%로 상향하되 지방 자치단체 사정에 따라 조정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 2법을 지역 사정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이 남아돌고 전셋값도 낮은 지방에 갱신권과 상한제 규제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애초 토허제처럼 임대차 수요가 많고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제한적으로 시행한 뒤 필요시 적용지역을 확대해나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고가 전세 임차인은 정책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임대차 2법 도입의 취지는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보증금 10억, 20억원 이상 주택에 거주하며 집주인보다도 부자인 임차인까지 정책적 보호 대상에 넣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모든 임차인에 갱신권을 줄 것이 아니라 적용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시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유 교수는 또 "갱신 계약을 할 때는 임차인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갱신권을 쓴 것으로 간주한다든지 임대인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임대 사업자가 늘고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갱신요구권 등 임차인 보호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공론화를 통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임대차 2법 개선과 더불어 현재 전세사기 등 전세시장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도 함께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진미윤 교수는 "집주인의 임대 보증금 미반환이나 월세 가속화에 따른 주거비 상승 등의 문제에서 임차인을 보호해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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