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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 쿠페가 BMW X6 보다 가격은 20% 정도 저렴한데 모자라는 게 없네! 출력부터 디자인과 소재, 승차감까지 3박자가 완벽하네..”
지난해말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국산차 가운데가장 비싼 SUV가 된 제네시스 GV80스페셜 버전인 쿠페 블랙 에디션을 시승했다. BMW X6를 기점으로 시작된 럭셔리 쿠페형 SUV로 새끈한 디자인이 매력이다.
시승한 GV80 쿠페 블랙은 풀옵션이라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사실상 동급 수입 프리미엄 SUV와 간격이 좁혀진다. 경쟁 모델인 BMW X6는 수입 브랜드 특성상 1천만원이 넘게할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가격차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2015년까지 현대기아 플래그십 고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프리미엄이라기 보다는 종 편의장치와 럭셔리 소재를 잔뜩 쓴 고가차 대우를 받은 게 사실이다.
동급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과 비교해서 떨어지는 파워트레인과 하체의 완성도, 과한 장식 디자인, 부족한 헤리티지로 내수 시장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현대차는 2015년말 이런 대중 브랜드의 고가차 한계를 넘어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플래그십제네시스를 별도 브랜드로 승격시켰다.
이후 GV80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제네시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해 나갔다. G80, GV70, GV60 등 신규 모델을 투입해 연이어 성공시켰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북미에서 성공으로 이끈 것은 SUV 라인업이다. GV70과 GV80은 세계 시장에서 럭셔리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았고 고급스러운 소재와 정갈한 디자인으로 비로소 한국적 럭셔리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V80은 지난해 부분변경을 하면서 디젤 모델을 단종했다. 가솔린 2.5 터보, 3.5 터보 두 가지로 쿠페 모델에 한해 3.5 터보 e-S/C 마일드하이브리드(MHEV)를 선택할 수 있다. 동일 옵션에서 쿠페를 선택하면 약 600만원 정도 비싸진다.
가장 큰 변화는 멀티렌즈 헤드램프와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이어진 27인치 디스플레 적용이다. 신형 디스플레이 적용으로 실내는 공조기와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 살짝 변경된 것이 전부다.
시승한 GV80 쿠페 블랙은 5인승으로 가솔린 3.5T e-S/C MHEV 4WD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했다. 휠은 가장 큰 22인치를 장착해 강인함을 뽐낸다. 가격은 무려 1억140만원이다. 쿠페 전용 ASD서스펜션과 새로운 디자인의 면발광 테일램프가 적용됐다. 경쟁 BMW X6 40i xdrive 대비 2천만원 가량 저렴하다.
전면 헤드램프는 G90에 들어간 MLA 방식 LED다. 제네시스 상징인 크레스트 그릴은 이중 매쉬 구조로 다듬어 더욱 디테일이 올라갔다. 후면 머플러는 히든타입이다. 머플러 팁을 몰딩 형태로 남겨뒀다.
입체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휠 디자인도 새롭게 변경했다. 22인치 휠을 추가하면 120만원을 추가해야하지만 쿠페의 당당한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서는 큰 휠이 잘 어울린다.
GV80 쿠페 블랙 실내는 시디언 블랙 모노톤에 블랙 애쉬 리얼우드로 차별화했다. 블랙 리얼 우드 소재감과 촉감이 무척 좋다.편의장비로 후석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파노라마 썬루프, 빌트인캠 패키지를 장착했다. 아쉽게도 에어 서스펜션은 선택이 불가능하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한국적인 ‘여백의 미’에 하이테크 감성을 더했다. 편안하면서도 깨끗한 느낌을 강조한 수 평형 레이아웃이다. 클러스터와 AVN 화면이 하나로 연결된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수평 레이아웃이 잘 어울린다.
아쉬운 점은 27인치 디스플레이로 바꾸면서 화면 상하 높이가 줄어들었다. 애플 카플레이를 실행하거나 계기판 모드를 변경하면 중간에 필요 없는 여백이 상당히 넓게 보인다. 심리스 디스플레이를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는 UI/UX를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터치타입 공조 장치는 조작감과 편의성이 좋아졌다. 수직에 가깝게 배치해 햇빛에 반사되는 경우가 적다. 새롭게 디자인된 크리스탈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과 통합 컨트롤러는 시각적 만족감을 극대화한다.오디오 시스템은 뱅앤올룹슨이다. 상당히 음질이 좋을 뿐더러 실내 디자인의 감성을 배가시킨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생갭다 크기가 크지 않고 열리는 폭도 좁다.
빌트인캠 패키지는 고해상도 전용 전후방 카메라가 달려 있다. 화질이 우수하며 음성 녹음, 대용량 외장 메모리, OTA 기능, 차량 주행 정보 저장 및 재생 기능(지도 연동 등)이 적용돼 애프터마켓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본격 시승에 나섰다. 쿠페 전용 3.5 터보 e-S/C 마일드하이브리드 출력은 무려 415마력에 달한다. 아쉬운 점은 연비 개선도 적은데다 3.5 터보 대비 35마력에 2kg.m 토크 상승에 그친다. 500만원을 더 내고 선택하기엔 고민할 부분이 많다.
시승차에는 후륜에 e-LSD가 장착돼 차동 제한이 가능한 사륜구동 시스템이 달려 있다. 눈길이나 험로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윈터타이어를 구비하기 어렵다면 무조건 선택하는 것이 옳겠다.
악셀을 밟으면 2.2톤의 거대한 덩치를 부담 없이 이끈다. 엔진 정숙성도 뛰어난데다 회전질감도 터보 엔진 답지 않게 부드럽다. 변속기는 현대트랜시스 토크컨버터 방식 8단 자동 그대로다.
경쾌한 가속력보다는 두터운 토크감이 돋보인다. 터보차저지만 자연흡기 엔진과 유사한 출력 곡선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매끄럽고 부드럽게 가속한다. 속도계 바늘은 기대 이상으로 빨리 올라가지만 체감되는 가속력과 속도체감은 적은편이다.
100km/h 내외에서 항속 주행을 하면 8단이 물리면서 엔진 회전수는 1400rpm 정도에 머문다. 최적의 연비로 두 자리수가 간신히 나온다. 이후 악셀을 꾹 밟으면 200km/h까지 꾸준하게 가속한다.
시트 열선을 작동하면 센터 콘솔 커버도 따뜻해진다. 한겨울 무척 편리한 옵션이다. 2열 시트는 열선 및 통풍은 기본에 등받이 각도도 전동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정숙성은 최고다. 앞유리와 모든 도어의 유리에 2중 접합유리를 적용해 동급 모델 중에 가장 정숙하다. 외부의 소음을 최대한 차단해 일상영역 주행 시에는 소음이 거의 없어 고요하다.
가속시에는 뒷바퀴 구동력이 더 강하게 걸리는 느낌이 확실하지만앞머리가 들리는 경우는 없다. 아쉬운 부분은 에어 서스펜션 부재다. 제네시스 G90에 달린 3챔버 에어 서스펜션은 국산화에 성공한 뒤 높은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GV80 쿠페에 장착되지 않은 게 이상할 뿐이다.
ADAS는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스티어링 휠 터치만으로 경고 해제가 용이한 그립감지 시스템(HOD)을 채용한 것도 편리하다. 연비는 사악하다. 조금만 밟아도 5km/L 후반에 그친다. 사실상 시내 주행을 주로 하면 연비는 공인 8.1km/L는 어림도 없다. 6~7km/L가 나올 뿐이다.
GV80 쿠페는 지난해 연말부터 3.5 터보 엔진 사양으로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3.5 터보 AWD 7만9,950달러(한화 1억1,000만원), 3.5 터보 48V e-슈퍼챠저 8만5,750달러(한화 1억2,000만원)이다. 8만 달러대 비싼 가격으로 아직까지 존재감은 거의 없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에서 경쟁 차종은BMW X6, 벤츠 GLE 등이 꼽힌다.
제네시스 GV80 쿠페 블랙은 럭셔리 니치가 타깃이다. 1억원을 훌쩍 넘은 가격대에 걸맞은 출력과 호화로운 편의장비와 인테리어를 더했다. 월 100대 판매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적어도 제네시스가 독일 프리미엄 3사에 견줄 수 있는 디자인, 소재, 성능을 갖춘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북미가 아닌 유럽에서 제네시스의 행보가 기대된다.
한 줄 평
장점 : 블랙 특유의 강인함과 디테일..최적의 인테리어 소재와 정숙성
단점 : 2.2톤 육중한 무게를 도로 상황에 맞추려면 역시 에어 서스펜션 있어야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