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삼성전자가 '춤'을 춰야, 한국 증시 분위기가 따라서 밝아진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통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74조원의 매출에 10조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로 각각 23.31%와 1452.24%나 증가한 것으로,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8조 2000억원대였던 시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또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무려 7개 분기만에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으며 반도체 업황이 완연한 회복세임을 보여준 것이 증시에는 실적만큼이나 긍정적인 청신호가 됐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을 당초 예상한 4조∼5조원대를 뛰어넘는 6조원대로 증권가에서는 추산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일제히 삼성전자의 목표가와 실적 추정치를 올려 잡았다. 유진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이 11만원, 하나증권이 11만 7000원,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12만원까지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기존의 12만원을 유지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D램, 낸드 모두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며 실적 증가에 기여했고,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을 줄이면서 DS 부문 전체가 전사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했다"고 분석했고,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의 급상승으로 1분기 말 쌓여있던 재고 손실 충당금 5조 5000억원 중 일부가 환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와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44조 5000억원, 66조 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HBM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진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며, 삼성전자가 예전과 같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려면 D램 등의 판가 상승을 넘어 궁극적으로 HBM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 성과 차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영업이익률이 SK하이닉스에 뒤지기 시작했으며,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서도 SK하이닉스와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대폭 상회했으나 매출액은 시장 기대 수준으로 발표됐다. 이는 주로 메모리 판가 상승에 기반한 DS 실적 개선에 따른 것"이라며 "결국 실적이 매출 증대가 아닌 비용절감 또는 충당금 환입 등 비용 요인에 기반했을 것이라는 회계적 해석도 가능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