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수연이(가명)는 입이 짧다. 잘 먹어야 키가 클 텐데, 워낙 먹는 양도 적고 편식까지 하니 마르고 또래보다 키도 작다. 성장호르몬 주사라도 맞힐까 궁리를 하다가도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궁여지책으로 키 크는데 도움이 되는 영양제라도 먹여볼까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수도 없이 많은 영양제가 나온다. 그 중 어떤 게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그 영양제를 먹이면 아이 키가 정말 크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효과도 없는 영양제를 먹이느니 비용이 부담은 되지만 효과가 확실한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최근 한 영양제가 단기간에 몇 ㎜를 자라게 했다는 보고가 있기는 했다. 키를 크게 하는 특수성분이 들어있는 영양제로 1년치 비용이 몇 백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영양제에 비해 단기간의 효과는 입증되었지만 아이의 최종 키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았다. 영양제는 영양제일 뿐이다. 영양제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 어떤 영양제도 효과를 확신하는 것이 없다.
단지 '키 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모호한 문장이 전부일 뿐이다. 이 문장은 좀 더 풀면 도움이 될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영양제보다는 균형 잡힌 식사가 훨씬 더 아이 키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데 특히 단백질을 신경 써서 섭취해야 한다.
흔히 단백질은 근육을 만드는 영양소라 알려져 있지만 단백질은 근육은 물론 뼈, 장기, 혈액 심지어는 호르몬과 항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성장호르몬을 분비하고, 그 성장호르몬이 성장판을 자극해 뼈 길이를 성장시키는 데도 단백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단백질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은 물론 성장인자가 우리 몸 말단까지 잘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성장인자단백질을 구성하는 중요한 영양소이므로 아이들이 충분히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단백질은 크게 우리 몸에서 합성할 수 있는 불필수 아미노산과 체내 합성이 안 돼 꼭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으로 구분된다. 필수 아미노산은 히스티딘, 트레오닌, 트립토판, 메티오닌, 발린, 이소류신, 루신, 페닐알라닌, 라이신 9가지로 모두 성장을 돕지만 그 중에서도 루신과 발린이 특히 중요하다. 루신은 근육과 뼈의 성장과 회복을 돕고, 성장호르몬을 생산하는데도 필요한 아미노산이다. 발린은 근육을 만들고 조직을 복구하는데 기여하는 아미노산이다.
필수 아미노산은 콩이나 견과류 등에 들어있는 식물성 단백질에서도 섭취할 수 있지만 그 양이 적어 꼭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 주어야 한다. 동물성 단백질은 소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생선, 우유, 계란 등에 많이 들어있다.
아무리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이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보통 자신의 몸무게 1㎏당 0.8~1.2g정도가 적당하다. 또한 한 번에 몰아서 먹기보다는 세 끼에 걸쳐 골고루 먹을 때 가장 효율이 높다. 식사 때마다 고기, 생선, 계란 등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들을 다양하게 준비하면 아이가 더 잘 먹을 수 있다.
도움말=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박혜영 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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