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6% 오르면서 상승세가 두 달 연속으로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류 등의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11월부터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향후 가격 불안 요인이 있는 만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품목별로 보면 유가 하락에 의한 석유 제품의 물가 지수 하락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지수는 138.68로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석유류의 물가상승률은 16.6%로 지난 2월(19.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지난 7월 1.59에서 8월 0.9, 9월 0.75로 두 달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공업제품, 농·축·수산물, 서비스,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모두 올랐다.
농산물의 경우 곡물은 하락했지만 채소·과실 가격 등이 오르면서 8.7% 상승했다. 지난달(10.4%)보다는 상승률이 둔화했다.
전기·가스·수도 역시 14.6% 상승했지만, 지난달(15.7%)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졌다. 최근 전기료·도시가스 요금·지역 난방비 등이 오르면서 관련 요금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서비스는 4.2% 상승했는데 세부적으로는 개인 서비스가 6.4%, 집세가 1.8%, 공공서비스가 0.7% 올랐다. 축산물은 3.2%, 수산물은 4.5% 상승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9.0%로 지난 1992년 7월(9.0%)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치킨과 생선회가 각각 10.7%, 9.6% 크게 올랐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축산물 등 식품 가격과 휘발유·경유 등 식품 이외 가격 오름세가 모두 둔화하며 상승 폭이 6.5%로 축소됐다. 전월에는 6.8% 오른 바 있다.
식품이 8.6%, 식품 이외가 5.1% 올랐고,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5.8%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4.5% 올라 전월(4.4%)보다 상승세가 소폭 증가했다.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도 4.1% 상승하며 전월(4.0%)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신선식품 지수는 농·축·수산물 가격 동향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신선 채소·과실 가격 중심으로 상승 폭이 축소돼 12.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 채소가 22.2%, 신선 과실이 7.5%, 신선 어개(어류 및 조개류)가 4.1% 각각 올랐다.
통계청은 석유류 가격 둔화세가 지속한다면 지난 7월 물가가 최고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확정한 전기·가스 요금 인상 영향이 9월 소비자물가에 반영되지 않았고, 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 가능성에 따른 유가 재상승 조짐도 있어 물가 상승률이 완전히 잠잠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10월 물가 상승률이 재차 6%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석유류와 채소·과실 등 농산물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상승 폭이 축소됐다"면서도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 둔화가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둔화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주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감산 결정이 석유류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에서도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5일 열린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6%)은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면서 전월(5.7%)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양상, 글로벌 긴축기조 강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높은 수준의 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리스크로 잠재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