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전개하는 헬스앤뷰티(H&B)스토어 '랄라블라'가 실적 측면에서 좀처럼 기대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오프라인 점포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까지 이어지자, 공격적인 가두점 운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랄라블라, 가두점 수 급격히 줄여…오프라인 점포 운영 최소화하나
GS리테일은 일각에서 제기된 가두점 철수설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지난해 말 70개였던 랄라블라 점포 수가 올해 들어 45개로 줄어든 상황. 25개나 되는 점포가 모두 상반기에 문을 닫은 것이다. GS리테일이 밝힌 입장과 실제 행보 간 꽤 큰 온도 차가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GS리테일은 2004년 홍콩 왓슨스홀딩스와 지분 50%씩을 출자해 합작법인 왓슨스코리아를 세우고, 왓슨스라는 이름으로 H&B스토어를 운영해 왔다. 그러다 2017년 H&B 스토어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목표 아래 왓슨스코리아 지분 100%를 흡수합병한 뒤 2018년 브랜드명을 '랄라블라'로 변경, "연내까지 매장 수를 3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공언한 바 있다.
GS리테일은 H&B스토어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사업 영위에 큰 자신감을 보였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도 새로운 먹거리로 H&B사업을 점찍고, 강공 드라이브를 걸 만큼 주목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하지만 출범 반 년 만에 GS리테일은 H&B사업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외형 확대보다는 인지도 제고를 위한 움직임에 무게를 싣겠다고 발표한 것.
이후 190여개에 달하던 매장 수는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8년 168개나 되던 랄라블라의 가두점 점포 수는 2019년 140개로, 2020년에는 124개로 감소했다. 2021년에는 70개로 급감했고, 올해 들어서는 45개가 됐다.
이는 H&B 업계 1위를 고수 중인 CJ올리브영의 매장 수 1200여개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적은 숫자다.
현재 GS리테일은 랄라블라의 신규 출점을 사실상 중단했다. 2022년 1분기 회사 측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매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 신규 출점을 중단하고 부진점 위주로 폐점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랄라블라는 우량점 위주의 운영 전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GS샵 종합몰 내에 브랜드관으로 입점을 꾀해 온라인 플랫폼 고객과의 접점 확대에 주력하는 등 수익성을 높일 만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출범 직후부터 실적 좋지 못했던 랄라블라…관련업계 "적자 늪 탈출시킬 허 대표 차원 타개책 나와야"
랄라블라의 실적은 출범 직후부터 그다지 좋지 못했다.
H&B 사업을 출범시켰던 지난 2018년 랄라블라는 2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2019년에는 159억원, 2020년 188억원, 2021년 292억원(추정치)의 적자를 내며 부진한 실적을 이어 왔다.
심지어 최근 1년 간 랄라블라의 자세한 실적 파악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지속된 실적 악화로 별도 공시 기준 제외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공동 및 기타 부문에 랄라블라 사업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2021년 1분기 공동 및 기타 부문 영업적자는 221억원이었다. 2022년 1분기에는 553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해당 부문에는 랄라블라와 어바웃펫, 이커머스, 개발사업 등 같은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렇듯 사업이 시작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눈에 띌 만한 성과를 이룩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점포 수익성 제고를 위한 효율화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으나, 실적 개선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만큼, 이번 사업 부진의 이유와 명백한 타개책을 위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랄라블라의 성공적인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된 원인으로는 사업 초기 과도했던 직영점 출점 드라이브와 브랜드 인지도 및 차별화 실패 등이 꼽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GS리테일 관계자는 "랄라블라는 외형 확장 대신 우량 육성을 위한 퀵커머스 연계, 독점 상품 개발 등에 집중하고, 통합 앱 '더팝'을 활용한 오프라인 플랫폼 및 편의점 GS25와의 시너지 활용 방안과 같은 전략들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