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앱마켓, 구글·애플 3분의 1 수준으로 수수로 내렸는데도 효과는 미미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2-07-03 08:25 | 최종수정 2022-07-03 09:11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계기로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가 수수료를 인하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스토어가 외국계 앱마켓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췄지만 대부분의 국내 대형 미디어콘텐츠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며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에 순응하고 있어 종속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정보기술(IT)업계와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지난달부터 미디어콘텐츠 앱에 대해 기본 수수료를 기존의 절반인 10%로 낮추는 '미디어콘텐츠 생태계 상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최고 30%인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앱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의 3분의 1 수준이다.

원스토어는 거래액 규모와 구독 비중에 따라 단계적으로 최저 6%까지 수수료 추가 할인도 적용한다.

이는 인앱결제 강제로 피해를 보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플랫폼 업계를 보호하고 콘텐츠 가격 인상 억제를 유도해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원스토어에 입점한 콘텐츠 앱 가운데 멜론, 웨이브, 플로, 미스터블루 등은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지 않아 원스토어 이용 고객들이 구글플레이스토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

미스터블루 소설 1개월 정액권은 원스토어에서 3만원이지만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는 오는 4일부터 3만6000원으로 인상된다. 만화 1개월 정액권도 2만원과 2만4000원으로 4000원(20%) 차이가 발생한다. 웨이브 스탠다드는 원스토어에서 1만900원이지만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앱스토어에서는 1만2500원으로 1600원 비싸다. 플로 무제한 듣기 정기결제는 원스토어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각각 7900원과 9000원으로 1100원 차이가 난다.

하지만 한 달간 원스토어에 신규 입점한 콘텐츠 앱은 멜론, 미스터블루 등 소수에 불과했다. 원스토어에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 리디, 티빙, 시즌, 왓챠, 지니뮤직 등 다수 대형 미디어콘텐츠 앱들은 찾을 수 없다. 대형 콘텐츠 앱들이 관리 문제나 '구글 눈치보기' 등으로 국내 앱마켓 입점을 회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 콘텐츠 앱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추후 참여를 논의할 수 있지만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대형 콘텐츠 앱들이 구글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에 대한 대항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보일 경우 안드로이드 앱마켓 점유율 84%에 달하는 구글의 영향력이 국내에서 더욱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플랫폼 대기업이 구글 인앱결제 정책을 요금인상 기회로 악용하고 있다면서 구글의 불공정한 정책 저지 대신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구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당국이 좀 더 빠르게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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