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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이징 올림픽 판정 이슈로 여론이 들끓었던 만큼 스포츠에 있어 공정성은 필수적인 요소다. 찰나에 승부가 결정되는 경마 역시 객관적이면서도 공명정대한 판단이 필요한 스포츠로, 공정한 경쟁을 수호하는 심판위원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마사회에서는 심판 인력을 채용·육성하며 경마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동시에 해외 전문 인력과의 교류도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 2018년부터 함께했던 '하이디 제인 레스터' 심판위원와의 아쉬운 작별 소식을 전해왔다. 고국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는 그가 한국 경마를 보고 느꼈던 경험과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새해 인사와 함께 담아왔다.
호주 출신의 레스터 심판위원은 1984년부터 1999년까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기수로 활약했다. 야외 활동이 수월한 호주의 환경에 따라 덕분에 자연스럽게 기수라는 직업을 꿈꾸게 됐다고 한다. 여(女)기수 출신으로 우리나라 기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물었다. 건강과 체력 안배의 중요성과 함께 전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 경주에서 무엇이 좋았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복기하는 습관을 평소 존경하는 선배나 멘토와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팁도 전했다.
조교 중 낙마로 허리 부상을 겪은 그는 2005년 현지에서 심판으로 데뷔하며 경마 전문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4년 마카오에서 근무했던 그는 이후 호주 빅토리아 경견 심판을 거쳐 2018년 처음 한국 경마와 인연을 맺었다. 여러 나라를 거치며 그가 느꼈던 심판 업무의 매력은 최고의 말들이 최상의 경주에서 경쟁하는 장면을 직접 경험하고 관중들의 응원과 함성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경주 심판의 일상은 치열하게 돌아간다. 레스터 역시 여러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포커스를 맞춘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업무는 예시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예시장에서 말의 걸음걸이를 비롯한 이상 유무를 판별하고 관람대 심판실로 이동해 경주로 전체를 조망하며 말과 기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경주에 임할 수 있는 지를 점검한다. 이후 경주가 시작되면 기수들이 경주마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에 집중했다. 동시에 각종 사고 여부도 파악해야 하는 것이 심판의 역할이다.
레스터는 경마 심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모든 말들이 인도적으로 대우받고 말과 기수들이 최대한 안전한 환경에서 경주를 할 수 있도록 일관되고 공정하게 규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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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심판에게 한국 경마에서 기억나는 경주마에 대해 물으며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블루치퍼'와 함께 서울의 단거리 강자들인 '라온더파이터', '어마어마', '모르피스', '이스트제트' 등이 한국 경마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경마에도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느꼈던 점은 바로 안타까움이다. 레스터는 고객들이 직접 경주를 관람 못하는 것을 넘어 경주실황 생중계나 비대면 마권 발매 등 대체 수단이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난는 사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인도가 아주 잘 대처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 역시 코로나19로 경마가 약 4개월 동안 중단됐고 재개된 후에도 고객 입장은 금지됐지만 대처는 달랐다. 인도 정부는 마권 발매에 대한 다른 수단이 필요함을 통감하며 신속히 온라인 발매 법안을 통과시켰고 현재는 코로나 이전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레스터는 한국 경마를 '잠자는 거인'이라고 표현했다. 경마를 포함한 말산업 분야의 종사자가 2만5000여명으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며, 경마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콩의 경마 시행체인 홍콩쟈키클럽(HKJC)의 CEO '윈프리드 엥겔브레트-브레스게스'가 2020년 아시아경마회의 기조연설에서 했던 발언에 주목했다. "홍콩이 한국·일본 등과의 공동 발매 계약을 추가적으로 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던 윈프리드의 메시지처럼 우리 경마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 교류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머지않아 한국 경마가 국내에 한정된 경마 상품으로 현상 유지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전 세계의 경마와 호흡하며 나아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 전망했다. 발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견지명이 있는 한국마사회 구성원과 말산업 종사자들의 저력이라면 이 문제를 반드시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확언했다.
레스터는 이제 한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고국인 호주로 돌아가 호주의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리그에서 부패(비위)방지, 도핑방지, 경쟁보증 등의 분야에 중점을 둔 공정성 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수년간의 경마 심판으로서의 노하우와 경험은 이제 그에게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 더욱 예리한 시선과 판단으로 공정함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마지막으로 레스터는 한국 팬들에게 "(한국경마)의 100주년을 축하합니다. 한국경마는 모래 주로에서 펼쳐지는 아주 흥미롭고 특별한 경주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경마가 다음 100년 동안에도 계속해서 번창하고 성장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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