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잘나가는 HMM, 직원 박탈감도 확대…"어려울 땐 고통분담, 흑자에는 나 몰라라"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0-12-17 08:03


HMM(옛 현대상선)의 노사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해상 근무 직원들은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올해 사측에서 제시한 1%대 임금인상안이 발단이 됐다. 5년여 만에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영업이익이 8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좋아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처우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난 6년간 직원들이 연봉 동결로 고통을 분담했지만 경영정상화 이후 돌아온 것은 박탈감뿐이라는 게 이유다. 높은 해운 운임과 부족한 선박 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업체들은 HMM 선원들의 파업으로 수출길이 막히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노조 "최대 실적 불구, 1% 인상" 커지는 박탈감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 HMM해원연합노동조합(HMM노조)은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한국 해운재건을 위해 모든 것을 인내했고, 그 결과 사상 최대 흑자를 냈지만 채권단과 사측은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며 1%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했다"며 "경영난 악화에 따른 고통분담은 직원이 지게하고, 경영 사정이 좋아지는 것은 채권단과 사장의 성과라는 사측의 태도에 선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HMM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임금 인상 관련 조정신청도 제출했다. 10여일 가량의 조정 기간 동안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노조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행법상 운항 중이거나 해외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은 파업이 불가하나, 국내에 정박 중인 선박은 파업이 가능하다. 선원 파업이 진행될 경우 1976년 현대상선 설립 이후 처음이라는 게 HMM노조의 설명이다.

HMM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까지 내세우며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유에 대해 "직원을 부품처럼 생각하는 사측과 채권단의 안일한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HMM은 해운산업 위기가 본격화 된 이후 지난 6년(2013~2019년) 동안 해상직의 임금을 동결했다. 전정근 HMM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선원 확보 및 하선이 어려워지면서 한 번 출항하면 8개월 동안 선박을 떠날 수 없는 '창살 없는 감옥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컨테이너선의 대형화, 환경규제에 따른 기술변화로 업무는 늘고 있지만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최저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운사 특성상 인건비 비중은 (조선업 등 타 업종과 달리) 2~3% 수준에 그친다"면서 "적자날 땐 고통을 분담했더니 흑자날 땐 나 몰라라 하는 현실 앞에 무엇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해운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며 업무량은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HMM의 인력 확보는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노조는 동종업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HMM의 임금은 동종업계인 글로비스보다 최대 50% 가량 적고 팬오션과 대한해운의 80~90% 수준이다.


환경 규제에 따라 새롭게 설치된 기기들로 인해서 업무가 배 가까이 늘어 증원을 요청해도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증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기존 인력 중 일부는 상대적으로 부실한 회사의 직원 대우에 실망해 퇴사했고, 선원이 외국서 사표를 쓰고 하선해 결원출항도 발생 하고 있다. 낮은 임금, 인력증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직원들의 업무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직원의 낮은 임금 대비 HMM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387억원을 기록하며 5년여 만에 흑자 전환했고, 3분기 영업이익은 2771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에 대한 증권사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8210억원에 달한다. 매출도 6조1965억원으로 지난해 5조5131억원보다 12.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운 운임 상승세는 내년에도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HMM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HMM의 경우 회사의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불구, 직원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듯 비춰질 경우 사기저하와 함께 추가 인력 이탈 현상이 확대 될 수 있다"며 "HMM 선원들이 파업에 나설 경우 선박 운항 차질로 실적 개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선박이 입항하지 못하고 떠도는 일도 많아지면서 과거 6개월이었던 선박 생활이 최근에는 8개월 이상 소요되는 등 업무강도가 높아진 만큼 직원 사기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선원들의 선내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엄청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젊은 선원 등 인력을 막기 위해 해운사들이 직원 복지와 처우개선 등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수입업체 우려감 확대…HMM "해결 위해 노력"

해운업계는 벌써부터 HMM이 파업이 이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해운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연말연시 등을 맞아 물동량이 늘어난 시기에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이 손을 놓으면 수출길이 막히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HMM노조 측은 사측이 임금 조정안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파업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HMM은 노조와 임금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HMM 관계자는 "현재 노조에 점진적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로, 중노위 조정을 통해 파업까지 가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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