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본격화된다. 통합이 이뤄지면 글로벌 항공산업 '톱 10' 수준의 국적 항공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정비나 조종사 교육 등을 일원화하면서 비용이 줄어들고, 중복 노선 간소화를 통해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국적항공사 추진…운송량 세계 7위
산업은행(이하 산은)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추진한다"며 "통합 국적 항공사 출범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창립한 이후 32년간 이어진 국내 항공업계 양강 체제가 대한항공의 독주 체제로 변하게 된 것이다.
거래 내용을 보면 산은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진칼은 이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한진칼에 배정된 몫은 7317억원으로 주식 취득 뒤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 29.2%가 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3월 13일이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1조5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에 사용한다. 주식 취득 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6월 30일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3000억원을 인수한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조속히 투자할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는 내년 초 시행한다"고 전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탄생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톱 10 수준의 위상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산은에 따르면 2019년 여객과 화물 운송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으로 올라선다.
산은은 인천공항 슬롯(항공기 이착륙률 허용능력)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와의 협력 확대, 신규 노선 개발, 해외 환승수요 등을 통해 외형 성장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노선 운용 합리화와 운영비용 절감, 이자비용 축소 등 통합 시너지 창출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매우 어렵고, 제3자 매각도 불투명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존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동종업계인 대한항공이 자발적으로 인수하는 것은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대한항공도 다른 항공사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다"면서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선 점유율 최대 62.5%…독과점·인력 감축·코로나19 등 우려 제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빅딜'에는 여러 과제들과 우려감이 상존한다.
우선 항공사 독과점 문제가 제기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자회사까지 합칠 경우 절반을 넘어선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대한항공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여기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비용항공사(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62.5%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에서 인수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것으로 보여 양사의 결합이 불허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외항사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항공사의 상황을 고려해 국내 점유율이 50%를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독과점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내부 직원과 주주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실제 양측 항공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선 운용이 정리되면 인력 감축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감이 표출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의 경우 노선 조정에 따른 대규모 감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양사 조종사노조 등 6개 노조는 인수 관련 정보 공유, 노조의 인수 절차 참여 등을 사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양사의 중복 인력은 관리직 등 간접 부문 800~1000명으로 추산한다"며 "연간 자연감소 인원과 통합작업, 신규사업 등으로 인한 인력을 감안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의 반대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KCGI는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이사회 의결만으로 금융기관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정관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장기화도 최종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객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몸집만 커졌다고 위기를 돌파할 수 있겠는가라는 목소리가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선을 30% 수준으로 운항중이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노선 전체 110개 중 33개 노선,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노선 전체 100개 중 26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내년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화물 운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여객 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몇 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대해 국토교통부는 "항공업 영업환경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 양 대형항공사의 인수·합병은 항공업이 동반부실 되지 않도록 하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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