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LG화학 3개월간 3차례 사고, 안전 불감증 논란…신학철 부회장 취임후 '최대 위기'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0-09-04 08:23


LG화학의 공장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해 안전불감증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3개월간 국내외 LG화학 공장에서 발생한 유독 가스 누출과 인명 피해 사고가 3차례에 달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경영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연이은 사고에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LG그룹 '외부영입 CEO'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온산 공장 유독성 가스 유출…당국 "부실관리 등 조사 중"

업계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전 울산 온산공단에 있는 LG화학 공장에서 유독성 가스 물질이 유출돼 근로자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흰색과 노란색 연기가 다량 발생하면서 공장 주변 하늘을 뒤덮었다. 소방당국은 현장 출동 1시간여만에 진압 작업을 완료했다.

이날 유출된 물질은 'CCTA'라고 불리는 '2-클로로-N-(시아노-2-티에닐메틸)-아세트아미드'로, 삼키거나 피부와 접촉하면 유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부와 눈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알레르기성 피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유독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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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지만 재산피해는 6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의 대기질 측정조사에서도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회사 법인 등의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확인한 뒤 문제점이 드러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사고를 조사한 환경부 산하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는 "CCTV 확인 결과, 공장 옥외 보관소에서 갑자기 자체적으로 유독성 가스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사고의 원인이 고온의 날씨로 인한 자연 발화 가능성일 수 있다는 데 무게감이 실린다.

그러나 공장측의 유독성 가스 물질 관리 부실 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이같은 유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LG화학 온산공장에 재발 방지 개선계획서를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정확한 사고 조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사고 조사 후 원인 등을 최종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5월 서산·인도 등서 인명사고 잇따라…인도정부 "공장 이전" 권고

이에앞서 지난 5월19일에는 충남 서산 대산공단내 위치한 LG화학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10여분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이날 사고는 대산공단 내 촉매센터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으며, 현장에 있던 연구원 1명이 숨지고 직원 2명은 얼굴과 팔 등에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해 화학 물질은 누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사고는 촉매 생산 공정에 따른 촉매제 이송 중 지나친 압력으로 폭발이 일어나면서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촉매제에는 알킬알루미늄 성분이 포함돼 있었다. 이 성분은 상온에서는 무색투명한 액체로, 공기 속에서 자연 발화를 하며 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위험성이 높은 화합물이다. 주로 촉매나 환원제로 사용된다.

LG화학은 "현장에서 작업을 마치고 철수하던 중 촉매제 파우더(미세한 가루)가 분출해 자연발화 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고원인은 경찰과 소방당국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LG화학 서산공장 사고로부터 불과 10여일전에도 인도 남부 LG폴리머스 공장에서 화학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 5월7일 해당 공장에서 독성이 있는 스티렌 가스가 누출되면서 100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가운데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스티렌 가스는 자동차 내장재나 식품보관 용기, 일회용품, 스티로폼을 만드는 공정에서 사용되는데 소량만 유출돼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이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 주정부는 회사의 관리 태만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정부는 21개 주요 원인 가운데 20개가 회사 경영진 책임이라고 지목하고, 공장을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라고 권고했다.

"사고 터질 때마다 말뿐인 대책…경영진 등 책임자 처벌해야"

이처럼 잇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LG화학은 환경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LG화학은 전세계 40개 모든 사업장(국내 17개, 해외23개)을 대상으로 긴급 진단에 착수,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단기간에 조치가 어려운 공정 및 설비에 대해서는 해결될 때까지 가동을 잠정 중단할 계획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환경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은 절대 추진하지 않으며, 현재 운영하는 사업도 환경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철수까지도 고려할 것"이라며 "철저한 반성을 통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사업과 환경안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한층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LG화학이 책임있는 자세와 명확한 사고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책임자가 고개를 숙이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하는 것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면서 "안전관리 체계 및 준수와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장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안전관리,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 책임자, 기업 자체는 물론 정부 책임자까지 처벌하게 하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올들어
최근 3개월간 국내외 LG화학 공장에서 인명 피해 등 사고가 3차례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말뿐인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사고 재발방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경영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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