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김성환 교수팀, AI로 피부암 검출·진단…민감도 92.5%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0-05-06 12:13


#. 50대 주부 A씨는 최근 오른쪽 눈 아래 큰 점이 신경 쓰였다. 예전보다 크기가 커지고 색깔도 점점 짙어졌기 때문이다. 아프거나 가려운 증상이 없어 그냥 점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혹시 몰라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피부암의 일종인 '기저세포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이 암은 다른 피부암(흑색종·편평세포암)에 비해 치료가 쉬워 병변 주위의 암 조직을 때어내는 간단한 수술로 제거가 가능했다.

피부암은 대개 가려움증이나 통증 같은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평범한 점이나 반점, 결절에서 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분해내기가 매우 어렵다. 치료없이 계속 방치해 두면 피하와 근육, 심지어 뼈에도 퍼질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피부암은 점, 검버섯 등과 구분하기 어려워 전문의도 오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정확도 높은 진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피부암 진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AI는 얼굴 사진을 보고 피부암을 직접 검출할 수가 없었다. 얼굴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물이 있어 AI가 피부암과 정상 구조물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김성환 교수팀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가 피부암을 정확하게 찾아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AI의 진단 정확도가 전문의의 진단 정확도와 비슷하게 나왔다.

해당 연구는 '합성곱신경망(CNN)을 이용한 피부암 진단'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국제 피부연구학회지 'JAMA Dermatology' 2020년 1월호에 게재됐다.

합성곱신경망은 망막의 구조와 유사한 신경망 알고리즘으로 시각 분야 연구에서 사물을 분류하는 데 사용된다. 이번에 사용된 Region-based CNN은 CNN을 좀 더 응용한 알고리즘으로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찾고자 하는 사물의 위치까지 알아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AI에 피부 종양 사진, 피부질환 및 정상 피부 사진 110여 만장을 사전에 학습시켜 피부암으로 추정되는 병변의 위치를 검출하고 피부암 유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에 2010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3개 병원(한림대강남성심병원·전남대병원·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673명의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사진 2845장을 테스트에 사용했다.


그 결과, AI의 피부암 진단 민감도는 89.2%로 나타났다. 민감도는 실제 질병이 있을 때 질병이 있다고 진단할 확률을 의미한다.

아울러 AI의 진단 정확도가 전문의와 얼마나 비슷한지 알아보기 위해 비교했다. 전문의 13명과 AI에게 피부 사진(테스트셋 325장)을 보여줬다. AI는 한 명의 사진을 분석하는 데 10초가 채 안 걸렸고, 전문의 민감도는 95.0%로 AI의 진단 정확도(민감도 92.5%)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부과가 아닌 타과 의사 20명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피부암을 감별하도록 했다. 민감도는 77.2%로 AI의 진단 정확도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았다.

김성환 교수는 "AI의 피부암 진단 능력이 전문의와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전문의는 시각 정보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환자의 병력을 종합해서 진단한다"며 "다만 AI는 의사보다 빠르고 쉬지 않고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의 환자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별하기 까다로운 피부암 조기 발견 및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피부암은 수술 부위의 기능을 보존하고 흉터를 최소화하는 성형외과적 재건수술이 중요하므로 성형외과로 내원해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미용적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의 AI를 이용한 피부질환 진단연구들은 전체 사진에서 병변 부위만 잘라놓은 사진을 보고 암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분류 연구(Classification Study)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가 암으로 의심되는 병변을 AI에게 일일이 지목해줘야 했고 피부암과 전혀 무관한 염증성 병변이나 정상 구조물에 대해 양성으로 진단하는 문제가 많아 지금까지 나온 알고리즘은 실제 진단에서 사용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김 교수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AI가 증명사진과 같은 얼굴 사진에서 병변의 위치까지 자동으로 찾아내 진단했고 결과적으로 전문의와 비슷한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AI가 잘려있는 병변 사진이 아닌 증명사진과 같은 얼굴 사진에서 얼굴의 골격 구조를 인지하고 암의 위치까지 자동으로 찾아낸 검출 연구(Detection Study)로는 이번 연구가 세계 첫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김성환 교수와 함께 아이피부과 한승석 원장,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장성은 교수,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문익준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김성환 교수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style-GAN으로 만든 가상의 인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이다. 인공지능이 위 사진과 같은 인물 사진에서 눈 밑에 있는 기저세포암을 검출해냈다. 출처=JAMA Dermat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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