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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JOB스토리 : 여성장례지도사] 이별의 정거장 안내자…꼼꼼한 일처리에 유족들 만족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0-02-11 10:56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이 있다.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 모두에게 깨끗한 이별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장례지도사들.

사실 장례지도사는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색적인 직업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20대 젊은 여성이 장례업에 뛰어들었다면 보기 드물기에 주목받을 만 하다.

종합 장례서비스 업체 ㈜평화누리에서 장례지도사로 활동 중인 양수진 과장이 그런 경우다. 그녀로부터 장례지도사의 업무와 역할, 그리고 젊은 여성으로 느끼는 어려움 등을 들어봤다.


장례지도사는 유족에 대한 서비스 정신과 업무에 관한 세심함, 강인한 체력, 인내심 등이 필요하다. 사진은 종합 장례서비스 업체 ㈜평화누리에서 장례지도사로 활동 중인 양수진 과장. 양 과장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장례업에 뛰어들어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별의 정거장에서 근무…여성장례지도사 전체의 약 20%

장례지도사는 예전에는 장의사로 지칭되었지만, 최근엔 장례의례와 관련해 유가족에게 지도한다는 의미로 불린다.

이들은 장례식장의 규모나 장례장소에 따라 장례 절차를 모두 진행하기도 하고, 상담, 시신수습, 염습 등의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담당하기도 한다.


이로인해 '이별의 정거장에 있는 안내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장례지도사는 장례절차, 시신위생처리 등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예와 복지, 불행한 일을 당한 유족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갖춰야 한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장의업무를 수행해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일이 고단한 만큼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인내심도 요구된다. 죽은 사람의 몸을 다루고, 죽은 자를 보다 아름답고 편안하게 보내드리기 위한 의식을 수행하므로 담력과 침착함, 자기통제 능력 또한 필요하다.

이에대해 양 과장은 "생과 사에 관련된 모든 직종이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일에는 때와 장소가 일정치 않으므로 연중무휴 24시간 긴장 태세를 갖춰야 하니 체력이 중요하다"면서 "더욱 중요한 역량은 고인과 유가족을 진심으로 섬기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며 책임감과 세심함을 특히 강조했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학교나 학원에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한다.

국내 약 7개 대학에 개설된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해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이 있으며, 사설 장례지도사 교육원 또는 종교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한 후 자격을 취득하기도 한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증 제도가 시행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총 2만5456명이 자격을 취득했으며 이 가운데 여성의 자격증 취득비율은 약 20%를 차지한다.

최근엔 여성의 비율이 점점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심하고 꼼꼼한 일처리에 만족…일반 직장인 연봉과 비슷

양수진 과장(36)은 10년 이상 장례지도사로 활동 중인 베테랑이다.

25세에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석사 과정으로 입학한 후 학업을 중단하고 장례지도사 자격을 취득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20대의 젊은 나이에 장례지도사를 하게 된 이유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실버산업이나 장례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였다.

처음 장례지도사를 시작했을 땐 가족과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얌전한 외동딸이 하루아침에 장례 분야에 뛰어들겠다고 하니 부모님 등 가족들은 "하필 그 험한 일을 왜 하느냐"며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들의 반대도 점차 응원으로 바뀌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때에는 유가족들로부터 '나이 젊은 여성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입관식이 끝날 때까지 3일간 책임감과 꼼꼼한 일처리를 보여주자 유가족들은 "오해해서 미안하다.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양 과장은 "때로는 가족 구성원이 너무 적거나 조문객이 없는 경우엔 장례지도사로서가 아니라 그 가족의 일원이 되어 드린다는 마음으로 함께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연들을 모아 양 과장은 2018년 '이 별에서의 이별'이라는 에세이를 출간했다.

책 안에는 나이 들어보이려고 일부러 긴 머리를 잘랐던 사연, 장례식장에서 가족끼리 종교가 달라 벌어지는 다툼, 폭염 속에서 노제를 지낸 이야기와 장례 기간 내내 사이가 좋지 않았던 큰 며느리와 작은 딸을 화해시킨 사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양 과장은 "여성장례지도사라고 해서 힘이 약하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더욱 세심하게 유가족분들의 감정을 케어해 드릴 수 있으니 마음 편히 믿고 맡겨달라"고 당부했다.

여성장례지도사들의 연수입은 일반적인 직장인 수준의 연봉과 비슷하다.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소속의 장례지도사들의 수입은 월 평균 200만~500만원 사이.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엔 이보다 소득이 높을 순 있다. 일종의 '뒷돈 문화'는 사라진지 오래다.

양 과장은 "먼 과거엔 (유가족들이)노잣돈이라고 해서 일종의 수고비를 주는 문화가 있었지만, 현재는 투명한 장례 문화로 인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고인이 중심이 되는 장례문화로 변해야…"고령화 시대 성장할 것"

장례지도사의 직업적 매력에 대해 묻자 양 과장은 "선배들로부터 '돈을 벌려고 일을 하면서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직업이 몇이나 될 것 같니?'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내 가족의 맨 몸을 맨 손으로 정성껏 닦아드리고, 마지막 이별의 순간을 아름답게 보낼 수 있도록 보살펴드리니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보람으로 충만해지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과장은 실제 경험을 통한 미래 장례 문화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녀는 "지금까지 장례는 고인이 중심이라기보다는, 고인의 자녀와 그 분들의 인맥이 중요했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남들이 다 고르는 수의가 아니라, 본인이 정말 입고 싶었던 옷으로 마지막 단장을 부탁하고, 조문객들에게 직접 인사를 전할 수 없으니 미리 영상으로 만들어놓고 싶다는 등의 요청이 늘고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의 장례문화는 직원이 말하는 것을 고객이 따르는 '듣는 장례'가 아닌, 원하는 것을 직원이 행하는 '말하는 장례'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제시했다.

여성장례지도사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양 과장은 "고령화 사회로 이미 접어든 우리나라는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노인 복지와 장례 산업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면서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는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취업 분야 중 하나가 장례 관련 회사다. 그만큼 향후 직업의 안정성이나 전망이 좋고 무엇보다 한 가족의 아름다운 이별 여정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큰 감동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장례지도사 교육 중 입관 등의 훈련 과정.

종합 장례서비스 업체 ㈜평화누리에서 장례지도사로 활동 중인 양수진 과장이 빈소에 마련된 제단을 정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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