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동호회·취미 : 더키 타는 사람들] 물위에서 바라보는 풍광에 매료…바다사자·고래떼와 마주치기도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9-07-09 09:15


잔잔한 물 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간다.

초록을 머금은 주변 풍광과 맑은 강물, 그리고 행복한 미소를 지닌 사람들이 한 폭의 그림과 추억을 만든다.

이날 경북 봉화의 이나리강에서 자연과 하나된 이들은 '더키 타는 사람들' 동호회원들.

'더키(Ducky)'는 고무소재의 공기주입식 카약의 별칭으로, 이동시 움직임이 뒤뚱거리는 오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동호회로부터 카약의 묘미와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지난 6월 경북 이나리강에 '더키 타는 사람들' 동호회가 모여 정기모임을 가졌다. 사진은 회원들이 카약킹을 즐기며 회원간 유대감을 돈독히 하는 모습.
물 위에서 바라보는 풍광에 매료…다이어트에도 효과

카약은 수상 레포츠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원시시대 때부터 조그만 배를 이용해 수렵이나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인간의 삶 속에서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는 수상 스포츠의 한 종목이자 동호인들이 즐기는 레저의 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물 위에서 즐기는 카약과 카누는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물을 젓는 노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카약은 양날이 달린 노를 사용하는 반면 카누는 외날 노를 이용해 이동한다.

지난 2009년 처음 결성된 동호회 '더키 타는 사람들'은 1만9000명 이상이 가입,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다양한 수상레저 활동 가운데 무동력 카약 패들링(노를 젓는 일)을 우선시 한다.

동호회는 대부분 남성들이 가입해있고 연령층은 주로 40~50대로 구성돼 있으며 가입비나 연회비가 없다.

1년에 한차례 정도 정기모임을 갖고 있으며 지역별로 몇몇 회원들이 소모임을 하고 있다.

모임시에는 카약투어링 및 CPR(심폐소생술) 교육 등을 실시해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카약을 즐기는 이유로는 공통적으로 자연 및 환경에서 느끼는 묘미가 꼽힌다.

'더키 타는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김효민씨(커피로스팅 커피어클락 대표)는 "아웃도어 활동 가운데 물 위에서 즐기는 카약은 대단히 매력적인 레포츠"라며 "물 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과 패들(노)에 잡히는 물소리 뿐만 아니라 같은 취미를 즐기는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카약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한 회원은 "캠핑을 오랫동안 다녔는데 좀 더 색다르게 자연을 즐기고 싶어 카약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회원은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서로 교감하며 가족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하고 환경에 대한 교육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다이어트 및 건강을 위해서", "더 나이 먹기전에 활동적인 취미를 갖고 싶어서" 등의 이유도 있었다.

사실 카약은 부지런해야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바다뿐만 아니라 물이 있는 강, 호수, 계곡 등까지 이동을 해야하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 수도권에 거주하는 회원들은 주로 한강이나 청라신도시의 호수공원 등을 이용한다.

또하나의 불편한 점은 보관 및 이동이다.

고형카약(플라스틱 소재)의 경우 길이가 4m 이상 되기에 대부분 보관의 어려움을 겪는다.

정원이나 창고가 따로없는 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 구석 바닥에 놓거나 벽면에 거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동호회는 게시판을 통해 서로 이같은 보관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이동시에는 주로 차량 지붕위 캐리어에 단단하게 결속해 움직인다.

아울러 카약은 구입단계에서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공기주입식 카약인 '더키'는 보통 50만원 이상이며 고형카약(플라스틱이나 ABS·FRP 등의 합성소재)은 신제품 기준 100만~500만원대로 판매된다.

더키의 장점은 공기를 넣어 카약의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보관과 운반이 쉽고, 안정성이 높아 초보자도 약간만 타보면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

단점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속도가 느려 장거리 투어에는 조금 부족하다.

반면 고형카약은 견고하고 속도감이 좋으며 카약스킬을 모두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노력하는 만큼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안정성이 떨어져 운용미숙이나 거친 환경에서 전복될 수 있으며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대해 김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 본인의 신체조건, 성향, 목적 등에 알맞은 카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렴한 가격이나 예쁜 디자인 등의 이유로 무작정 구입하게 되면 운용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조언했다.


'더키 타는 사람들' 동호회는 정기모임때마다 심폐소생술 등의 교육을 실시해 안전의식을 고취한다.
바다사자·고래와 마주치기도…안전 및 에티켓 필수

카약킹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될 사항은 안전이다.

물 위에서 즐기는 레포츠이다보니 안전 소홀이나 무리한 카약킹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안전장비가 필요하다.

구명조끼의 경우 노를 저어야 하기 때문에 어깨부분이 노출된 카약용 구명조끼를 주로 착용한다. 옷도 카약투어의 성격에 맞는 굥슈트나 카약용 드라이슈트를 입는다.

체온유지와 머리보호 역할을 하는 헬멧, 수상레저용 장갑, 장거리투어시 무전기 등도 챙겨야 하는 품목이다.

또한 구명조끼에는 반드시 호각이 부착되어야 한다.

호각은 소음이 심한 수면에서 동료와 주변인들에게 경고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 예를들면 한 번 불면 '주의', 두 번 불면 '가까운 안전지대로 대피', 세 번 불면 '위험 또는 구조요청'을 의미한다. 동호회는 "누군가 호각을 부는 소리를 들었다면 자신도 재빨리 호각을 불어 다른 동료들에게 이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과 경고용 수신호도 있다.

예컨대 패들을 머리 위에서 수평으로 들고 있을땐 '정지' 또는 '모두 주목'하라는 의미이고, 패들을 수평으로 들고 위아래로 흔들땐 '위급상황', 패들을 머리위로 세워 돌리면 '휴식하자'는 뜻이다.

한 회원은 "최소 3명 또는 3척의 카약이 팀을 이뤄 탈 것을 권장한다"면서 "경험이 많더라도 혼자 카약을 타고 여행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안전의 측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물 위에서의 에티켓도 존재한다.

구명조끼를 입은 채 수 미터 가량의 생존수영이 가능해야 하고, 적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마주 교행할때에는 우측통행을 기본으로 숙지해야 한다.

아울러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의 양보, 물 위에서 만난 이들에게 환한 미소를 건네는 것 등도 매너로 꼽힌다.

카약킹을 하다보면 종종 색다른 경험을 하기도 한다.

회원들은 "한강에서 카약을 즐기다 물에 떠 있는 시체를 목격해 신고했는가하면 지방의 호수에서는 노에 뱀이 붙어 놀란 적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회원은 바다에서 카약킹을 하다가 바다사자와 고래의 일종인 상괭이떼를 만난 일도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카약을 멋있게 타는 노하우가 있을까.

이에대해 회원들은 "가능한 많이 타다보면 자연스레 습득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회원은 "카약킹을 시작했다면 자주 타고, 가능한 다양한 환경에서 즐기고 다른 카약커들과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예전에 비해 카약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났다"며 "카약은 장비, 기술 등도 중요하지만 물 위서 즐기는 레포츠인만큼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더키 타는 사람들' 동호회는 매년 3월 안전기원 개수제를 연다.

'더키 타는 사람들' 동호회 단체 사진.

'더키 타는 사람들' 동호회 공식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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