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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21세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유사 이래 계속 늘어난 인류의 평균 수명이 향후 비만으로 인해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비만은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수많은 질환을 직간접적으로 유발한다. 제2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질증, 허혈성 심장질환, 천식, 수면무호흡증, 위식도 역류 질환, 지방간, 담석증, 관절염, 불임, 우울증, 혈관질환, 각종 암 등이 대표적이다. 비만한 사람은 일상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되며, 경제 활동에도 제약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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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청소년기에 체질량 지수(BMI)가 40㎏/㎡ 이상인 남성은 체질량이 정상인 사람보다 13년, 여자는 8년이나 수명이 단축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체질량 지수 25㎏/㎡ 이상의 비만인구의 비율이 1998년 26.3%에서 2005년 31.8%로 증가했다. 소아 및 청소년의 비만 비율은 더욱 빠르게 늘어 1998년 7.2%에서 2013년 15.3%로 높아졌다.
건강보험공단은 비만수술(베리아트릭 수술)의 대상이 되는 체질량 지수(BMI) 30㎏/㎡ 이상의 고도비만 인구의 비율이 1992년 0.8%에서 2000년까지 매년 0.1%씩 증가했으며, 2013년에는 성인 인구의 4.2%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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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은 수술이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이다. 비만수술(체중감소수술 혹은 베리아트릭수술)이란 단순한 미용수술의 개념이 아니다. 비만과 관련된 동반 질환을 치료 또는 개선해서 의료비를 절감하고, 생명 단축을 예방하는 수술이다.
미국에서는 비만수술이 이미 1990년대부터 보급됐다. 배를 절개하지 않고 복강경으로 위를 묶거나 일부 절제하는 수술법이 발달함에 따라, 미국에서 고도비만 수술을 받은 사람은 2002년 6만명, 2003년 8만명, 2008년에는 22만명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의료원의 연구결과와 전문 학술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비만수술에 대한 급여의 필요성, 타당성, 경제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정책의 중장기 보장성 계획안에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수술을 포함시켰다.
비만수술의 가장 큰 목적은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체중 감량을 유도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비만과 관련된 질환의 유병률을 낮춰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적 치료방법에는 크게 제한적 수술요법과 흡수억제술식 그리고 혼합형이 있다.
이주호 이대목동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장은 "효과와 안전성이 전세계적으로 입증돼 있으며 시술 사례도 가장 많은 위소매절제술과 루엔와이 위우회술을 주로 시행해 고도비만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식생활·운동습관 올바로 유지해야 체중 유지
비만수술 후에는 보통 자신의 초과 체중에서 50~80%를 감량하고 유지할 수 있다. 고도비만 수술 후 제2형 당뇨병의 64~100%, 고혈압 62~69%, 수면무호흡증 85%, 고지방혈증 60~100%, 지방간 90% 등 비만과 관련된 질환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됐다.
2007년 국제 의학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수술군과 보존적 치료군을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수술군에서 월등하게 체중감소 효과가 지속되며 사망률이 29%~40% 감소했다. 또, 당뇨병 관련 사망률은 92%나 감소됐으며, 암 관련 사망률은 60%, 심혈관 관련 사망률은 56% 줄었다.
이주호 센터장은 "수술 후 1년 동안 가장 빠른 속도로 체중이 줄며, 1년에서 2년까지는 그 속도가 감소해 수술 후 2년 이후에는 줄어든 체중이 유지되거나 약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만수술은 고도비만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외과적인 출발점이며, 수술 후 식습관과 운동습관 등 생활패턴의 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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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은 물론 합병증 치료까지… 수술 후 토털 케어 제공
<이주호 이대목동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장과의 1문1답>
Q. 고도비만이란 무엇이며 왜 위험한가?
A. 비만이란 표준량보다 많은 양의 지방이 체내에 축적되는 상태를 말하며, 지방의 과도한 축적에 우리 몸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상태가 고도비만이다. 생명과 연관된 수많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이거나, 이미 관련 질환이 발생한 경우를 고도비만 또는 병적비만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고도비만은 과체중 또는 경도비만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게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심뇌혈관질환, 각종 암 그리고 제2형 당뇨병 등 비만과 연관된 질환이 세계적으로 급증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생명을 단축시킨다. 유사 이래 인류의 수명은 계속 늘어왔으나 만약 인류의 평균 수명이 단축된다면 비만이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Q. 이대목동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는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는가?
A. 우리 센터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고도비만수술 및 수술 후 관리를 포함한 토털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과 이주호·허연주 교수. 가정의학과 심경원·변아리 교수, 내분비내과 홍영선 교수, 심장내과 박성훈 교수, 소화기내과 심기남 교수, 호흡기내과 이진화 교수, 성형외과 강소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김수인 교수, 이비인후-두경부외과 배정호 교수, 마취통증의학과 이희승 교수 등의 의료진에 임상영양사와 운동처방사까지 포함된 협진시스템을 갖췄다. 우선, 고도비만수술에 숙련된 전문의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비만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후에는 적절한 식습관 유지, 운동습관의 변화와 이를 통한 행동습관 교정을 통해 자신의 체중을 유지하도록 관리해 준다. 고도비만 환자들이 겪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 진단과 상담을 통해 원만한 사회활동을 유도한다.
Q. 정부가 고도비만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담은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A. 정부가 비만을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하고 부처 간의 협력을 통해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 대책을 추진력 있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학계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며, 정부는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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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반 건강검진 빅데이터 1억여건을 분석해보니 우리나라의 고도비만 환자는 2002∼2003년 전체 인구의 2.63%에서 2012∼2013년 4.19%로 10년간 1.59배, 초고도비만 환자의 비율은 0.18%에서 0.47%로 2.64배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어린이 및 청소년과 20~30대 젊은층의 비만 증가율과 저소득층의 비만 증가율이 더욱 가파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이끌고 나가야할 젊은 일꾼들이 병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고도비만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비싼 병원비로 인해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한 국가 경쟁력의 손실과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하면 '살을 빼는 것'은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체계적인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하는 국가적인 문제다.
Q. 고도비만 수술에 대해 추가로 할 말은?
A. 고도비만의 유일한 효과적인 치료법은 비만·대사수술이다.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사회의 인식 부족과 홍보 부족,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일부 잘못된 오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비싼 수술비, 전문성을 가진 의료진의 부족 등 고도비만 환자의 치료를 위해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사안이 많다. 학계와 정부 그리고 언론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고도비만수술의 급여화는 그 첫 단추를 끼우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주호 이대목동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장은 서울대 의대 의학박사(외과)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병원 외과 전임의, 인제대 서울백병원 한국위암센터와 단국대병원 조교수를 거쳐 미국 버지니아대학병원에서 복강경 및 비만외과 교환교수로 활동했다. 이후 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로 복강경 비만수술 및 위암 수술을 담당한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