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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닥터]영구치 제때 나오지 않으면 '매복치'?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8-06-28 10:44




안정섭 서울대치과병원 치과교정과 교수.

한 중학생이 앞니가 가지런하지 않다며 교정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 검진결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보였지만 특히, 송곳니 하나가 반대쪽과 달리 유치로 남아있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방사선으로 촬영해 보니 잇몸뼈 속에 송곳니가 숨어 있었고, 안타깝게도 이것이 인접한 앞니의 뿌리를 손상시킨 상태였다. 이처럼 환자는 모르지만 잇몸뼈 속에 숨어 있는 치아로 인해 다른 치아의 뿌리가 손상된 환자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매복치'는 정상적으로 자라기 못하고 시간이 지나도 잇몸 밖으로 나오지 못한 치아를 뜻한다. 치아가 나올 자리가 모자라 더 이상 새로운 이가 나올 수 없거나, 나와야 할 치아의 위치나 방향이 나빠서 또는 과잉치(정상적인 개수 이상으로 만들어진 치아), 제때에 빠지지 않은 유치 등의 장애물이 치아가 나오는 길목을 막을 때에도 발생한다.

사랑니의 매복이 가장 흔하지만 다른 치아들의 매복도 적지 않다. 매복된 사랑니가 문제라면 빼버리면 그만이겠지만 다른 치아가 매복됐을 때는 가급적 살려서 사용해야 할 경우가 많으므로 교정상담이 꼭 필요하다.

매복치는 잇몸뼈 안에 그저 머물러 있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장애물로 작용하여 주변 치아들을 비뚤게 나오도록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병적으로 진행해 주위 치아의 뿌리를 썩게 만들고, 이 때 썩어서 짧아진 뿌리는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치과 검진을 통해 매복치를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발견 시 가급적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매복치가 발견되면 우선 진단을 통해 그 치아의 사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많은 경우 교정치료를 통해 매복치를 정상적인 위치로 이동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 간혹 매복치로 인해 인접한 치아의 뿌리가 심하게 썩었을 때는 손상된 치아를 발치하고 매복치를 그 위치로 옮겨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매복치의 위치나 방향이 끌어당겨 사용하기에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일단 그대로 두고 주기적으로 관찰하거나 혹은, 발치하게 된다. 교정치료를 위해 어차피 발치가 필요하다면 매복치를 빼고 바로 교정치료를 진행할 때도 있다.

매복치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경우, 치료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유치나 과잉치와 같은 장애물에 의한 문제가 의심된다면 이것들을 제거하고 치아가 나오는 것을 기다려 볼 수 있다.

다른 치아들이 가로막아 매복치가 나올 자리가 없다면, 우선 교정치료를 통해 공간을 확보하고 기다려 보기도 한다. 하지만, 매복치가 저절로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면 교정적 방법으로 끌어당기게 된다.


매복치를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치아들에 교정장치를 설치해 치아를 이동시킬 준비를 한다. 이때 필요하다면 교정치료를 통해 매복치가 나올 충분한 공간을 미리 확보해 준다. 이후 외과적 시술을 통해 매복치에 교정장치를 부착한 뒤 설치된 교정장치와 연결해 치아를 점진적으로 잇몸 밖으로 잡아당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매복치 주위의 치아가 손상되지 않도록 방사선사진 및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을 확인하며 치아 이동 방향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 이 같은 매복치의 견인은 대개 성공적이지만, 드물게 매복치가 잇몸뼈와 단단히 붙어있어 움직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견인을 포기하고 관찰 또는, 발치하게 된다.

매복치는 빨리 발견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아이가 만7세가 지나기 전에 간단한 방사선사진을 촬영해 치아가 나오는 양상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청소기에 유치가 빠질 시기가 지나 늦게까지 남아있거나, 이미 빠졌음에도 후속 영구치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방사선사진을 촬영해 영구치가 뼈 속에 숨어있지는 않은지 검사해야 한다.

안정섭 서울대치과병원 치과교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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