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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 거주하는 주부 임○○씨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큰아들(20세)의 음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아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은 술에 취해 비틀대며 귀가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억지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당한 건 아닌지 걱정돼 추궁도 하고 술을 자제하도록 타일러보아도 아들은 "학기 초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해지려면 술자리에 빠질 수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얼마 전에는 술에 취해 들어온 아들이 방 안에 구토를 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 큰 소동을 피웠다. 다음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아들은 금주를 결심하면서도 "술자리에서 같이 어울리지 못하면 아싸(아웃사이더) 된다"며 걱정했다.
대학생 음주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발표된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남학생 10명 중 4명(44.1%), 여학생 3명 중 1명(32.8%)은 한 번에 10잔 이상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9년 조사와 비교하면 각각 1.25배, 2.1배 늘어난 수치다.
1회 평균 음주량이 7잔 이상(여자 5잔 이상)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 음주율은 남자 대학생 23.3%, 여자 대학생 17.2%로 성인보다 높았다. 특히, 여성은 성인여성(5.4%)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나 어린 여성들의 음주량이 급격히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발표된 '대학생 문제음주 영향요인' 연구에 따르면 술을 마시는 이유로 '친목도모를 위해서'라고 응답한 대학생이 80.6%에 달했다. 술을 잘 마시면 사회성이 좋고 성격도 좋다는 잘못된 선입견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잘못된 인식으로 술이 늘은 대학생들은 졸업을 한 이후에도 과음과 폭음을 하는 음주습관을 이어가게 되고 결국 개인적,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
허성태 원장은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을 자주 겪거나, 음주로 인해 대인관계, 학업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미 중독의 단계에 들어선 것과 같다"며 "대학 때 술버릇이 평생의 음주습관이 될 수 있는 만큼 문제가 엿보인다면 가까운 중독관리통합센터나 알코올 전문병원을 통해 전문가와 상담 받을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